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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이 이행사항이 빼곡히 적힌 안내문을 내밀며 비상구 좌석 승객의 의무사항을 영어로 전할 때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다. ‘별일 있겠어?’와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하지?’ 순식간에 두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간혹 해외 출장길에 ‘운 좋게’ 비행기 비상구 좌석을 배정받을 때 겪는 일이다.
‘설마’ 했던 일이 지난 26일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항공에서 발생했다. 비행기가 213m 상공에서 비상구가 열리고 탈출용 슬라이드가 노출된 채 착륙하는 사고는 전례가 없었다. 비상구에 손을 댄 30대 승객은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사고가 발생한 A321-200 항공기에 한해 만석에도 비상구와 가장 가까운 특정 좌석은 비워두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다른 비행기에는 적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A321-200 기종만 비상구 좌석에서 안전벨트를 풀지 않고도 개폐장치를 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미국연방항공청(FAA) 등 항공안전당국은 비상사태가 났을 때 승객의 안전한 대피를 돕기 위해 비상구 옆 좌석에 앉을 수 있는 승객은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신체가 건장한 사람으로 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까지 대다수 항공사는 이 기준에 따라 탑승수속 카운터에서 적격 승객을 비상구 앞 좌석에 배정하고 탑승 승객은 승무원을 돕겠다는 서약을 했다.
저비용 항공사의 수익성 지상주의에 대형 항공사마저 가세한 것은 전형적 ‘소탐대실’형 정책이다. 항공기 안전은 어떤 가치보다 우선해야 할 원칙이다. 비상구 좌석은 편한 자리가 아니라 긴급 상황 시 마지막으로 내리는 승객의 자리다. 안전을 담보로 한 수익성은 지양해야 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비상구 좌석 판매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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