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대통령실의 한 핵심 참모에게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이 역대 최악이라는 뉴스가 언론을 도배하자 일종의 대책을 주문한 것이다. 며칠 뒤 윤 대통령은 내각에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했다.
표현이 달라진 연유를 알아보니 윤 대통령도, 대통령실 참모들도 국민연금 기금이사(CIO·최고투자책임자)가 관할하는 부서의 소재지가 법률에 ‘전라북도’로 규정된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2013년 법을 개정할 당시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고, 내년 전북 지역 총선 등에 미칠 정치적 리스크 등을 고려한 결과 대통령 메시지가 다소 두리뭉실하게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사실 특단의 대책에 대한 모범답안은 이미 나와 있다. 우리보다 앞서 연금운용 개혁에 나선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면 된다. 모범사례로 간주하는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이사회 구성원 전원(12명)이 민간의 투자 및 금융 전문가다. 정부와 가입자단체가 추천하는 비상근 전문가들로 구성된 우리의 기금운용위원회(20명)와 너무도 대조적이다.
이런 선진 기금운용 체계를 도입하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 여당 정치인들에게 이런 법 개정 사안을 얘기하면 “본부 이전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며 손사래를 친다. 관료들도 다소 소극적이다. 우선 기금 관할권을 둘러싸고 복지부와 기획재정부 간 기 싸움이 여전하다. 자칫 한국은행처럼 정부가 아예 기금운용에 손을 떼게 되는 상황도 꺼린다.
윤 대통령은 연금·노동·교육개혁을 추진하면서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개혁은 “3대 구조 개혁 중 이해 관계자의 반발이 가장 작다”(전광우 전 금융위원장)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본인의 노후 자금을 최고의 전문가 집단에 맡기자고 하는데 반대할 국민이 과연 있겠는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에 앞서 개혁의 명분과 당위성으로 국민을 차근차근 설득해 나가는 윤석열 정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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