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 대용으로 쓰거나 음식을 해 먹는 용도로 써야겠다.”
엔비디아가 2010년 그래픽처리장치(GPU) ‘페르미’를 공개했을 때 시장에서 쏟아진 반응이다. 당시 엔비디아는 GPU의 데이터 연산·처리(컴퓨팅) 능력을 키우느라 칩의 발열을 잡지 못했다. “한눈팔지 말고 게임용 GPU에나 주력하라”는 비판도 나왔다.
현재 가장 유망한 반도체 기업으로 불리는 엔비디아도 고난의 시절이 짧지 않았다. 존망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사진)는 ‘꼭 필요한 기술은 언젠가 시장에서 통한다’는 집념과 ‘선택과 집중’의 리더십으로 극복했다.
2010년 페르미 사태 때도 젠슨 황은 ‘앞으로 고성능 컴퓨팅 시대가 올 것이고, GPU가 가장 적합한 칩’이란 신념을 꺾지 않았다. GPU의 컴퓨팅 능력을 키우는 데 더욱 주력했다. 결국 인공지능(AI) 시대 딥러닝에 최적화한 반도체란 평가를 받았다.
이보다 앞선 2008년 엔비디아는 많은 돈을 투자해 ‘테그라’라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개발했다. 젠슨 황은 ‘그동안 축적한 그래픽 성능을 활용하면 좋은 칩을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오판이었다. AP 강자 미국 퀄컴의 벽은 높았다. 대만 미디어텍 등 AP 전문업체들이 저가형 칩 공세를 펴자 테그라는 설 자리를 잃었다.
젠슨 황은 잘못을 인정하고 발 빠르게 대응했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젠슨 황은 잘할 수 있는 분야인 로보틱스, 자율주행차로 방향을 돌렸다”고 말했다.
젠슨 황의 전략적인 판단과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는 엔비디아의 가장 큰 자산으로 꼽힌다. 엔비디아 한 엔지니어는 “젠슨 황은 엔비디아 그 자체”라며 “젠슨 황의 결정 중 ‘옳았다’고 증명되는 게 많아지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믿음도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젠슨 황의 존재감이 엔비디아에 리스크(위험 요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비디아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젠슨 황 정도의 카리스마와 능력을 갖춘 2인자가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황정수/김익환 기자 hj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