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비이재명(비명)계를 중심으로 당 쇄신·혁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 코인 논란’ 등의 악재 속에서 친이낙연(친낙)계인 박광온 원내대표가 쇄신 목소리가 분출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면서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거취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 나아가 친이재명(친명)계와 비명계 간 당 주도권 싸움으로 흐르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4월 들어선 박광온 원내 지도부가 조성했다. 박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 쇄신 의원총회를 여는 등 당내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박 원내대표는 성향상 자신이 친명계와 직접 대립각을 세우진 않는다”며 “당내 여러 의견이 자유롭게 논의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총에서도 상임위원장 선출 문제를 놓고 ‘쇄신 방향에 역행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민주당 몫 상임위원장에 내정된 6명의 선출이 보류됐다. 과거 원내대표와 장관을 지냈다는 이유로 각각 반대 의견이 나온 박홍근(교육위원회), 한정애(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은 자진해서 사퇴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현직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행정안전위원회)은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당시 의총에서 나온 성토의 타깃이 애초부터 친명계인 정 의원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 면전에서 재신임을 요구하는 발언이 나오고, 자신의 거취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후원회를 열어 29분 만에 후원금 모금 한도(1억5000만원)를 채웠다고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띄운 당내 혁신기구의 구성과 권한, 역할을 놓고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을 동원해 ‘방어전’을 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비명계인 윤건영 의원은 “(혁신 기구가) 전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쇄신의 핵심은 공천권 등 인사권”이라며 “이 대표 입장에선 혁신기구에 자신의 권한을 빼앗기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를 놓고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전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대표는 ‘원전 오염수’를 ‘핵 오염수’로 규정하고 장외 투쟁을 예고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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