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바리톤 김태한(23)이 우승을 차지했다. 1988년 이 대회에 성악 부문이 신설된 이후 아시아 남성 성악가가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리톤 김태한은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보자르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최종 순위 발표에서 1위로 호명됐다. 그는 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알랭 알티놀뤼가 지휘하는 라모네 교향악단과 코른콜트 오페 ‘죽음의 도시’ 중 ‘나의 갈망, 나의 망상이여’ 등 네 곡을 불렀다. 우승 상금은 2만5000유로(약 3500만원). 이로써 한국은 지난해 첼로 부문에서 최하영이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년 연속 콩쿠르 우승자를 배출하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1937년 창설된 이 대회는 쇼팽·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콩쿠르로 꼽힌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바이올린 피아노 성악 첼로 부문 등에서 번갈아 가며 열린다. 작곡 부문은 2012년을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작곡가 조은화(2008년) 전민재(2009년), 소프라노 홍혜란(2011년) 황수미(2014년),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015년), 첼리스트 최하영(2022년) 등이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김태한은 지난해 스페인 비냐스 국제 콩쿠르, 이탈리아 리카르도 잔도나이 국제 콩쿠르, 독일 노이에 슈팀멘 국제 콩쿠르에서 각각 특별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성악가다. 선화예고, 서울대 음대(나건용 사사)를 졸업한 김태한은 오는 9월부터 2년간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오페라 스튜디오 멤버로 활동할 예정이다.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 성악가 조수미가 올해 심사위원으로 선정되면서 의미를 더했다. 조수미는 결과 발표 뒤 "(김태한이) 나이가 어린데도 노래를 들었을 때 가슴에 와닿는 공연을 했던 것 같다"며 "나도 콩쿠르 우승을 많이 했는데, 내가 우승했을 때보다 더 기쁘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결과 발표가 난 뒤 김태한을 비롯한 한국인 결선 진출자 3명 모두를 끌어안아 주기도 했다.
김수현 기자
※바리톤 김태한의 인터뷰 전문 등은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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