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 상위권을 휩쓸었던 독일차 브랜드들이 올해는 같은 순위를 장담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벤츠와 BMW는 여전히 수입차 1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지만 볼보, 포르쉐 등이 신흥강자로 떠오르는 데다 렉서스·도요타 등 일본 브랜드도 상승세를 그리고 있어서다.
아우디 제친 볼보…1만대 클럽 노리는 포르쉐
6일 업계에 따르면 볼보는 지난달 수입차 판매량 3위(1502대)를 기록해 아우디를 제쳤다. 올 초 아우디의 판매량이 저조한 틈을 타 치고 올라오는 분위기다. 아우디는 앞선 4월에는 473대를 판매해 10위로 밀려났고 5월에도 902대를 판매해 6위에 그쳤다. 올해 들어 누적 판매량으로는 볼보가 7091대(4위)를 판매해 3위 아우디(8289대)를 뒤쫓고 있다.한국은 볼보에 중요한 시장이다. 우선 판매량이 최근 들어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한국 시장은 볼보의 글로벌 판매량 순위에서 9위에 올랐다. 볼보는 올해 국내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약 20% 늘어난 1만7500대로 잡았다. 올해 초에는 볼보 경영진이 총출동해 방한하기도 했다.
포르쉐의 약진도 눈에 띈다. 포르쉐는 억대 고가 차량에도 지난달 1005대를 판매하며 4위에 올랐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5117대로 6위에 올랐다. 포르쉐는 지난해 연간 판매량 8963대였는데 올 들어 5월까지 이미 지난해 판매량의 반 이상을 판매했다.
업계는 이 같은 추세라면 포르쉐가 올해 국내 진출 사상 처음으로 연간 1만대 판매를 돌파해 수입차 '1만대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 1만대 클럽에는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볼보, 미니 등의 브랜드가 포진해 있다.
노재팬 지나갔다…렉서스·도요타 상승세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인 '노재팬(NO JAPAN)'으로 국내 시장에서 쓴 맛을 봤던 렉서스와 도요타도 최근 다시 상승세다. 공급망이 회복되고 있고, 국내 불매 운동이 진정되면서 판매량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는 분석이다.렉서스는 올해 누적 5117대를 판매해 5위를 달리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119.7%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위를 차지했던 수입차는 폭스바겐이었다. 폭스바겐의 자리를 렉서스가 꿰찬 셈. 렉서스도 이미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지난 한 해 연간 판매량(7592대)의 절반 이상을 넘겼다. 도요타는 지난해 판매량 6259대로 11위에 그쳤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누적 3012대를 판매해 8위를 기록, 폭스바겐(2702대)을 앞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히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모델 ES300h가 인기다. 이 차는 지난 5월 트림별 순위에서 벤츠의 E350 4MATIC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정숙하면서도 승차감이 뛰어난 세단'으로 통한다.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하고 내연기관 모델보다는 친환경인 하이브리드가 주목받으면서 소비자들에게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렉서스는 올해 국내 판매량 상승세를 타고 신차 출시에 박차를 가한다. 오는 21일에는 렉서스 최초 전기차 전용 모델인 RZ와 7년 만에 완전히 변경된 RX 5세대 모델이 공개된다.
기존 강자도 치열한 자리 다툼…벤츠 vs BMW
2016~2022년 7년 연속 국내 수입차 1위 자리를 놓친 적 없던 벤츠와 그 뒤를 바짝 쫓는 BMW의 1위 싸움도 올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8만976대를 판매해 수입차 판매량 1위 자리에 올랐던 벤츠가 올해 누적 판매량에서는 BMW에 밀리고 있다.월별로 벤츠와 BMW의 판매량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일단 올해 5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에서는 BMW가 벤츠를 2586대 앞서고 있다.
최다 판매 모델 순위도 바뀔지 주목된다. 지난해 국내 최다 수입차 판매 모델은 벤츠 E클래스로 2만8319대였다. 그 뒤를 BMW 5시리즈가 2만1166대로 뒤따랐다. 하지만 올해 5월 누적 판매량에 따르면 트림별 베스트셀링카로 BMW 520이 4702대로 1위, 벤츠 E350 4MATIC이 3712대로 2위 자리에 올랐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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