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가 ‘일한 만큼 돈 번다’는 인식이 생길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지난 4월 ‘쿠팡택배노조’를 출범시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관해 묻자 한 쿠팡 택배기사가 고개를 저으며 내놓은 답이다. 기사들은 “노동조합이 들어오면 노동자 권리가 향상된다는 게 통상적인 인식인데, 실상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기사는 매출(월급) 통장을 기자에게 직접 보여줬다. 경기 파주에서 일하는 윤모 기사는 20일 일한 달에 1118만원을 찍었다. 최모 기사는 월평균 700만~800만원을 벌었다. 고수익을 올리는 택배기사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월 1000만원 이상을 버는 쿠팡 기사의 인터뷰가 본지에 실리자,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온라인 매체에 곧바로 반박 글을 실어 “통상적인 CJ대한통운 기사들의 배송 건수(하루 250~300건)의 두 배 수준인 하루 500건을 배송해야 달성 가능한 수치”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모 기사는 “한 아파트에 몰아서 배달하는 지역에선 업무가 상대적으로 수월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쿠팡을 비롯한 택배기사들의 노동강도는 대체로 높다. 최 기사는 “다른 직장보다 이 일이 힘든 건 사실”이라며 “다만 계획적으로 열심히 일하면 하루에 많은 돈을 버는 게 가능하고, 쉬는 날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현장의 기사들과 민주노총은 택배기사 업무에 관해 시각차가 크다. 대부분 택배기사가 원하는 것은 ‘꾸준한 일감(수입)’이다. 현재 택배업계 1위는 CJ대한통운이다. 그런데 CJ대한통운에서 근무하던 많은 택배기사는 지금 쿠팡에서 일하고 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파업과 직장 점거가 수시로 벌어진 CJ대한통운보다 쿠팡이 꾸준한 일감 확보에 적합한 직장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노조 활동을 우려하는 기사가 쿠팡에 많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 택배기사는 “CJ대한통운에서 일할 때는 노조가 업무를 마비시키거나 비노조원과 다투는 사례가 많아 일하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택배노조 관계자가 조합원을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노조 파업에 동참하지 않으면 왕따가 되거나 불이익을 겪을 것이라는 공포는 이들에게 현실이었다.
건설·화물·택배·유통 등 여러 현장에서 만난 비노조원들은 취재진에게 민주노총이 ‘일하고 싶으면 노조에 가입하라’거나 ‘진보정당에 가입하라’고 요구한다고 털어놨다. 민주노총이 비노조원을 같은 ‘노동자’로 여기고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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