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증시로 해외 자금이 몰리고 있다. 니케이지수가 연일 고공행진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일본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성되기 시작하면서 일본 기업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는 일본 IT 업종 종목들이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중국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로이터와 미국 금융데이터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5월 한달 동안 17억1100만 달러 상당의 중국 본토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6억5900만달러를 매도한 데 이어 매도 폭을 더 확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중국과 미국 간 무역, 반도체 갈등이 심화하면서 외국인 유동자금이 일본 시장으로 쏠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일본 증시에 호재가 되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18일 일본 히로시마에 최대 5000억 엔 규모의 차세대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미·일 정부는 첨단 반도체 분야 기술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일본 증시가 하반기에는 IT, 경기소비재 등 실적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차별화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IT 섹터는 지난 2개월 동안 11.4% 오르며 최대 상승률을 기록함과 동시에 주도주로 부상했다”며 “경기소비재는 타 업종 대비 엔화 약세에 따른 시장민감도(베타)가 높다”고 설명했다.
일본 증시에 투자할 때는 최소 매수규모에 유의해야 한다. 최소 100주 단위로 거래를 해야 해 소액 투자자는 접근이 어렵다. 엔화 환율 변동도 눈여겨 봐야 한다. 지난 4월 초 100엔당 1008원 수준이었으나 지난 1일 945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엔화 약세가 심화할 경우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원화 환산 수익은 제한될 수 있다.
일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일본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에서는 6종의 상품이 상장돼 있다. ETF 상품별로는 총보수와 더불어 환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 환오픈형은 환 변동성에 노출되는 상품으로 엔화가 원화보다 강세를 나타낼 때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면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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