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몬 버틀러 영국 애덤스미스연구소장(사진)은 7일 애덤 스미스 심포지엄에서 영상 기조강연을 통해 “자유무역이 교역국에 이익을 준다는 스미스의 주장이 입증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버틀러 소장은 영국의 자유주의 싱크탱크인 애덤스미스연구소의 공동 창립자로, 1978년 미국 세인트앤드루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힐스데일대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미국 하원 근무 경험도 있다.
버틀러 소장은 한국이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것도 성장 배경으로 지목했다. 그는 “스미스는 혁신에 대한 집중이 발전을 이끈다고 봤다”며 “한국도 기술 발전이 국가 성장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버틀러 소장은 한국의 성장 과정에서 정부 개입이 있었다는 점도 부정하지 않았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정부가 경제에 개입한 것이 초기 성장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점점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버틀러 소장은 “정부 역할이 커지면서 개입이 관료화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규제는 경쟁과 혁신, 성장과 진보를 질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기업과 금융부문에 과도한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역할의 확대는 복지와 연금 부문이 커진 영향으로 봤다. 버틀러 소장은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지와 연금제도가 비대해졌다”며 “연금 시스템이 지속 불가능해질 시점은 생각보다 빨리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무역장벽이 세워지고 있는 것도 크게 우려했다. 버틀러 소장은 “중국의 전자제품과 러시아 석유에 의존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무역장벽을 높이고 국내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면서도 “무역장벽은 경제 충격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갈등을 촉발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마리아 파가넬리 국제애덤스미스학회장과 황윤재 한국경제학회장,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 등이 축사를 했다. 파가넬리 회장은 “스미스는 이익집단에서 나오는 입법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며 “경쟁이 기업을 규율하고 혁신을 촉진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 위성사진에서 북한이 깜깜한 반면 한국은 밝게 빛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개방적인 시장과 공정한 임금이 밝은 미래를 가능케 한다”고 했다.
황 회장은 “팬데믹 이후 고금리 정책이 지속되고, 미·중 갈등으로 인한 탈세계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자유시장 경제 체제와 정부의 역할 간 균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손 전 총장은 “자유와 반자유 간 치열한 투쟁 결과 공산주의는 실패로 끝났다”며 “애덤 스미스 사상을 통해 한국 사회가 가야 할 길을 물어보는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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