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 포니를 처음 팔았던 때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영국 북잉글랜드에서 현대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는 자동차 딜러 션 버크 SG페치 대표는 “그때 그 포니를 지금 이곳 서울에서 다시 보니 정말 가슴이 뛴다”며 가슴 벅차했다. 지난 7일 서울 논현동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개막한 ‘포니의 시간’ 전시에서다. 그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초청을 받아 이번 전시를 찾았다. 포니를 시작으로 현대차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게 초창기부터 함께한 해외 딜러들에게도 감사를 전하자는 정 회장의 뜻에 따라서다.
버크 대표는 1989년 영국에서 포니를 팔기 시작하면서 현대차와 인연을 맺었다. 첫해엔 150대 정도 팔렸지만 이후 빠르게 판매량이 늘었다고 한다. 그는 “포니는 한국은 물론 영국 서민들에게도 발이 돼준 차”라며 “세련된 디자인은 지금 봐도 아름답다”고 했다.
이날 행사엔 정 회장을 필두로 장재훈 현대차 사장,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 루크 동커볼케 글로벌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등 현대차그룹 주요 임원진이 총출동했다.
현대차는 포니 개발에 직접 관여한 김뇌명 전 해외사업본부장과 이수일 전 기술연구소장, 서창명 전 서비스본부장도 귀빈으로 초청했다. 김 전 본부장은 국내 차 생산량이 연 3000대에 불과했던 1970년대에 “한국 고유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며 정부를 설득해 차관을 확보한 인물이다. 정 회장은 행사 시작 전 이들을 찾아 “49년 전 (개발해주신) 포니가 현대차 발전의 원동력”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포니 정신을 잘 이어가 달라. 지금도 잘하고 있다”는 말에는 “앞으로도 많이 조언해달라”고 화답했다.
그 첫 결실이 1975년 12월 출시된 포니였다. 고유 모델 설계부터 완성차 공장 설립, 양산까지 걸린 시간은 3년이 채 안 됐다. 포니는 출시 직후인 1976년에만 1만725대 팔리며 국내 점유율 44%를 차지했다. 가격이 당시 중소형 아파트값의 절반에 달했지만 단번에 ‘국민차’ 지위에 올랐다. 포니2가 생산된 1982년엔 60개국에 수출되며 글로벌 브랜드의 길을 걸었다.
정 회장은 “포니를 개발하며 축적된 정신적, 경험적 자산은 오늘날의 현대차를 만들었다”며 포니의 헤리티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이 화두가 되고 로보틱스가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뉴스를 매일 접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존재 이유와 지향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의 시작을 돌이켜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포니2를 첫 차로 샀다는 장 사장은 “포니는 현대차 발전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기계공업 발전의 시작이기도 하다”며 “마이카 시대를 연 포니는 우리 모두의 일상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차는 차의 성능 향상을, 일본차는 효율적 공정을 최선의 가치로 했다면 현대차는 대중의 더 나은 삶을 중심에 두고 성장해왔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미래로 나아간다는 정 회장의 의지에 따라 앞으로도 헤리티지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정 회장은 “기아도 생각하고 있다”며 “삼륜차도 있고 브리사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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