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최근 100엔당 92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일본을 찾는 여행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항공 통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 8만9847명이 국내 항공사의 '인천↔나리타(도쿄)' 노선을 이용했다. 이는 전달 동일 기간 기준 8만2352명보다 9.1%, 1월 6만6741명에 비하면 34.6% 늘어난 수치다.
일본 여행 증가는 '일본 불매 운동' 움직임이 약화됐고, 엔데믹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된 것과 더불어 엔저 효과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928.63원까지 하락했다. 2015년 11월 9일 923.33원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엔화 가치가 지속해서 하락하면서 서울의 생활비가 최근 도쿄를 앞질렀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제 인력관리 컨설팅업체인 ECA인터내셔널이 지난 3월 207개 도시 생활비를 조사한 결과 서울은 지난해 10위에서 한 계단 오른 9위, 도쿄는 다섯 계단 떨어진 10위였다.
일본 여행 전문 커뮤니티 네일동에서는 "일본 여행을 앞두고 엔화를 사 모으고 있다"며 엔저 현상을 반기는 글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일본도 이전보다 많이 오르긴 했지만, 외식 물가는 서울과 비슷하고, 편의점은 확실히 더 저렴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드럭스토어 화장품과 영양제 등 일본에 가서 사와야 하는 쇼핑 목록뿐 아니라 환율 차이를 노려 저렴하게 명품 브랜드 구매를 노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본은 물가가 비싸다"는 인식과 함께 "택시비가 비싸니 절대 타면 안 된다"는 여행 팁이 과거엔 공유됐지만, 최근에는 "한국과 별 차이 안 난다", "기본요금은 500엔(4640원)으로 서울의 4800원보다 저렴하다"는 평이다. 특히 오사카의 경우 5000엔이 넘어가면 50% 할인을 받을 수 있어 "택시비 아끼지 말고 편하게 타고 다녀라"라는 조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5월 연휴에 일본 후쿠오카를 다녀왔다는 조모 씨는 "후쿠오카는 일본에서도 물가가 싼 곳이라 더 천국 같았다"며 "고급 오마카세 전문점도 한국보다 저렴했고, 분위기도 좋았다"고 말했다.
최근 쇼핑을 목적으로 일본에 다녀왔다는 최모 씨 역시 "아기자기한 소품뿐 아니라 운동화, 의류 등을 대량 구매했다"며 "엔화가 저렴해 면세 혜택 등을 계산하면 한국보다 절반가량 저렴하게 구입해서 항공료를 빼고도 남는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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