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노란봉투법' 닮은꼴 소송, 전합 →소부…산업계 불안 여전

입력 2023-06-12 18:26   수정 2024-09-06 17:26

대법원이 불법파업을 벌인 노동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제한 여부를 다투는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다루지 않고 소부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과 쟁점이 비슷한 사건을 사회적 파급력이 큰 전원합의체에서 다루는 데 부담이 컸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 5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오는 15일 연다. 이 사건은 2013년 7월 전국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불법 파업과 함께 울산3공장 생산 라인을 무단 점거해 63분간 조업을 중단시킨 게 발단이다. 현대차는 지회 조합원 5명을 상대로 4500만원의 배상금을 청구했다. 1심은 원고 패소, 2심은 조합원들의 공동 불법행위를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조합원들에게 “230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피고 측은 2018년 9월 상고장을 제출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작년 11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거나 사회적 파급력이 큰 중요 사건을 다룬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약 7개월 만에 다시 소부로 돌아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회 계류 중인 노란봉투법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쟁점이 비슷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먼저 결론짓는 데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원합의체는 이 사건의 쟁점을 △조업 중단으로 발생한 손해의 증명 △일반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권리남용금지 원칙 적용) △일반조합원 책임의 ‘개별화’ 가능성 등으로 봤다. 노란봉투법도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취지의 규정이 도입될 경우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가 사실상 무력화될 것으로 산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사건이 전원합의체를 떠났지만 산업계는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대법원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전향적 판결이 늘어나는 추세가 뚜렷해서다. 이번 사건을 심리하는 대법원 3부 주심인 노정희 대법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진보 성향 법관으로 평가받는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인 한 법원 관계자는 “사건을 소부로 회귀한 것은 법원 내 분위기가 대체로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제한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가 있거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법리를 개발한 경우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민경진/곽용희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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