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놓고 벌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의 '설전'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다. 한 장관과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 사이에서 오간 말이 영화 '달콤한 인생' 속 배우 김영철, 이병헌의 대사와 거의 같은 정도로 비슷해서다.
한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받는 윤·이 의원의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한 장관은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국회의원이 여기 계신다"고 발언했다. 돈 봉투 살포자가 있으면 돈 봉투 수수자 역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수수자가 살포자의 체포 여부를 결정하는 건 불공정하다는 지적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결국 167석에 달하는 거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에 의해 체포동의안은 모두 부결됐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 장관의 해당 발언으로 인해 의원들이 모욕감을 느꼈으며, 이후 현장 분위기가 '자율 투표'에서 '부결'로 흘러가게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즉, 한 장관이 부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의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인 발언 때문에 모욕감을 느꼈다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을) 돈 받은 범죄집단으로 보고 투표할 자격도 없다는 발언에 격앙된 분들도 계셨는데, 이 발언이 많은 의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한 장관은 사실상 '황당하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한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누구도 (민주당에) 돈 봉투 주고받고 녹음하라 시키지 않았다"며 "제 설명 때문에 민주당이 모욕감을 느껴서 방탄한 것이라는 취지로 민주당 대변인께서 말씀하셨는데, 그런 것 말고 진짜 이유를 말해보시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장관의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날 한 장관과 김 원내대변인의 설전이 영화 '달콤한 인생' 속 배우 김영철과 이병헌의 대사와 흡사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영화에서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는 김영철의 말에 이병헌은 "그런 거 말고 진짜 이유를 말해봐요"라고 대답한다. 네티즌들은 영화 클립과 뉴스 클립을 연결한 영상도 공유하고 있다.
한 장관의 취미는 영화감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그가 이전에 영화배우(한석규) 등을 인용해 공식 석상에서 발언한 적도 있는 만큼, 네티즌들은 한 장관이 이번에도 의도적으로 영화 대사를 인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했다.
이들은 "'모욕감'이라고 하니, 영화 대사가 생각났나 보다", "한 장관이 저 대사 인용하면서 살짝 웃는다", "모욕감 단어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달콤한 인생", "이병헌 대사랑 소름 돋게 똑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