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H&Q코리아로부터 3000억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거래가 최종 성사되면 스위스 엘리베이터업체인 쉰들러그룹과의 손해배상 소송 패소로 불거진 현 회장의 경영권 위기가 일단락될 전망이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 회장 측은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구조화 거래 계약 우선협상대상자로 H&Q를 선정했다. 현 회장 측은 국내외 PEF를 대상으로 구조화 거래를 타진하다가 H&Q를 거래 상대방으로 낙점했다. 거래금액은 총 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구조화 거래는 세 종류의 자산 거래 계약으로 구성된다. 현 회장과 자녀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현대네트워크는 18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8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 EB 교환 대상은 현 회장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이다. H&Q는 CB와 EB에 현 회장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구주 400억원을 합쳐 매입한다. 이를 통해 수혈되는 3000억원가량의 자금은 소송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갚기 위해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된다.
회사 경영권은 현 회장 측이 행사하지만, H&Q도 경영에 관여할 권한을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 회장 측이 정해진 기한 내 CB와 EB 자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H&Q가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는 조건이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 측은 상대적으로 낮은 자금 조달 비용에 만족했다는 전언이다. H&Q는 CB의 쿠폰금리를 연 8%대, EB는 3%로 제안했다. 연평균 금리로 환산하면 6% 안팎이다. H&Q는 총 3000억원의 투자금액 중 1000억원은 자체 보유 펀드 자금으로 채우고, 나머지 2000억원은 연기금 등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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