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제125차 양형위원회를 열고 지식재산권 등 7개 범죄를 양형기준 설정·수정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양형기준이란 법관이 형량 및 집행유예 여부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다. 양형위는 범죄의 중요성 및 발생 빈도, 국민적 관심도 등을 고려해 선정한 범죄에 대한 조사·분석을 거쳐 양형기준 초안을 마련하고 최종 의결한다.
산업기술 유출 범죄는 그동안 양형기준이 지나치게 낮아 범죄 억제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양형위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지식재산권 범죄를 이번에 양형기준 수정 대상으로 선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 유출 범죄의 형량은 평균 14.9개월 수준으로, 해당 범죄의 법정형이 최대 징역 15년임을 감안하면 실제 처벌 수위는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과 중국 중심의 기술 패권경쟁이 심화하면서 국내 기업의 우수한 기술을 노리는 해외 기업의 기술 유출 시도가 늘어난 것도 양형기준을 손보는 이유로 꼽힌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총 93건으로 피해 규모는 약 25조원으로 추산된다. 적발되지 않은 사건까지 고려하면 기술 유출로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는 훨씬 클 것으로 산업계는 보고 있다.
양형위는 올해 하반기부터 이날 선정한 범죄군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양형기준을 논의한다. 양형위 및 관계 부처는 초범이 많고 피해 규모의 산정이 어려운 기술 유출 범죄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형량의 가중·감경 요소 및 집행유예 판단기준 개정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2019년 상향된 영업비밀 침해범죄 법정형과 국가 핵심기술 유출·침해 행위에 대한 구성요건 신설 등 앞서 개정된 법률을 소송 실무에 반영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양형위는 임기 상반기인 2024년 4월까지 지식재산권 범죄와 이날 함께 양형기준 설정·수정 대상으로 선정된 스토킹, 마약 범죄의 수정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이듬해 4월까지인 임기 하반기에는 동물 학대, 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성범죄의 양형기준 수정 작업을 한다. 수정된 양형기준은 양형위 의결을 거쳐 시행된다. 시행일 이후 공소가 제기된 사건부터 새로운 양형기준이 적용된다.
민경진/권용훈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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