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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혁신을 위해 손 잡은 두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 사이의 심상찮은 기류가 감지된다. 오픈AI가 MS와 AI제품 판매를 경쟁하고 구글 등 경쟁사에 AI기술을 지원하면서 MS 내부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현재 기술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제휴 중 하나인 MS와 오픈AI는 뒤에서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MS는 2015년 비영리기업으로 출발한 오픈AI에 110억달러(약 14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10억달러를 투자해 오픈AI의 기술을 자사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애저(Azure)에 적용하고 AI개발에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2021년에 새로운 파트너십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1월에는 MS가 오픈AI에 1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MS는 오픈AI와 협력하되 통제하지 않는 개방적인 관계를 설정하고 있다. MS가 애저와 검색엔진 빙(Bing) 등 자사 제품에 오픈AI의 기술을 우선 적용하되 오픈AI의 활동에는 제약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자유로운 관계가 MS의 영업 피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두 회사의 관계자들은 MS와 오픈AI의 영업팀이 같은 고객을 유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가령 MS가 챗GPT 기능을 적용한 애저를 판매하면, 오픈AI는 챗GPT를 직접 판매하는 식이다. 오렌 에치오니 앨런 인공지능 연구소 이사는 "양측이 비슷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이러한 파격적인 결합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S의 경쟁사에 오픈AI의 기술이 적용되는 것도 MS 내부 불만이 쌓이는 원인 중 하나다.
5월 기준 검색시장 점유율 0.51%를 차지하며 세계 시장 5위로 올라선 덕덕고(Duckduckgo)는 지난 3월 자체 챗봇인 덕어시스트를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오픈AI의 GPT 기술이 적용됐다. MS의 빙을 위협할 다크호스를 오픈AI가 밀어준 셈이다.
챗GPT 기술을 적용한 세일즈포스의 아인슈타인GPT는 MS의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아인슈타인GPT는 마케팅 이메일 생성 등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차세대 AI '코파일럿'을 적용한 MS의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 오피스 소프트웨어나 협업도구 '팀즈'와 시장이 겹친다.
아울러 MS 연구개발(R&D) 담당자들은 오픈AI가 핵심 기술을 공유하지 않는 데 대한 불만도 드러내고 있다.
MS는 지난 3월 GPT 기술을 적용한 빙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오픈AI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MS 직원들은 새로운 빙을 내놓기 전인 지난해 11월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하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챗GPT가 빙이 가져갈 인기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오픈AI 측에서는 MS가 빙 출시를 지나치게 서두른다고 경고했다. 아직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GPT-4 기반의 챗봇을 출시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었다. 이후 빙 사용자들이 잘못된 답변 등으로 챗봇과의 대화에 문제를 겪자 MS는 대화 길이를 제한하는 등 새로운 제한 사항을 발표했다.
MS는 향후 챗GPT와 빙을 점진적으로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시애틀에서 개최된 연례 개발자회의 '빌드'에서 챗GPT에 빙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는 "검색엔진 빙을 챗GPT 경험으로 가져오기 위해 우리의 파트너 오픈AI와 함께할 계획의 시작일 뿐"이라며 협력 확대를 시사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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