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들 '원자재 사랑' 싸늘하게 식었다

입력 2023-06-14 17:45   수정 2023-06-15 01:10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계 기관투자가들이 원자재 투자 비중을 3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였다. 원자재 대부분의 가격이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다. 기관투자가들은 현금과 주식 비중도 각각 19개월, 5개월 만에 최저로 낮췄다. 대신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투자만은 선호했다.

○싸늘해진 원자재 투자 심리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13일(현지시간) 공개한 월간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원자재 투자 비중은 지난달 3년여 만에 최저로 줄었다. BoA는 “이들의 원자재 투자 심리는 지난 두 달 동안 17%포인트 떨어졌는데, 이는 2015년 8월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세”라고 전했다. 응답자 중 3%는 원자재 투자 비중 축소 포지션으로 돌아섰다고 했다. 이 조사는 총 708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24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금과 원당(설탕 원료), 소고기, 커피 등 일부를 제외한 원자재 대부분의 가격은 지난 12개월 동안 하락했다. 원자재 시장의 벤치마크인 ‘S&P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S&P GSCI)’는 작년 6월의 전고점 대비 현재 30%가량 고꾸라졌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대부분의 가격 상승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느슨한 러시아 제재, 중국의 수요 둔화,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을 이유로 들었다. 프란시스코 블랜치 BoA 수석 원자재 전략가는 “러시아산 원유, 천연가스 등에 대한 서방의 금수 조치가 강력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산 에너지가 제3국 등에서 헐값에 거래되면서 원자재 가격을 교란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블랜치 전략가는 “긴축에 따른 유동성 부족이 맞물리며 원자재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했다.

원자재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 전망이 대두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중국의 5월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개월 연속 50 아래로 떨어지며,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경기 반등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컨설팅기업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중국 수석 경제학자 덩컨 리글리는 “중국 정부가 리오프닝 이후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새로운 조치를 도입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경기 부양 프로그램을 추진할 경우 또 다른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맞닥뜨릴 수 있다’며 뒷짐 지고 있다”고 했다. 아카시 도시 씨티그룹 수석 상품 전략가는 “중국 당국은 국내 경제활동을 확장(pump up)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받쳐주는 데(prop up)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부동산 경제 전망에 관한 골드만삭스의 부정적 보고서에 핵심 건설 원자재인 철광석 선물 가격은 전날 장중 한때 5%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현금·빅테크 제외 주식 비중도 줄여
이번 BoA 설문조사에서는 식을 줄 모르는 AI 낙관론도 확인됐다. 응답자들은 AI 수혜주로 꼽히는 빅테크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5%가 빅테크 매수를 택했는데,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어 중국 주식 공매도, 일본 주식 매수 등이 이들 사이에서 유망하고 인기 있는 투자로 꼽혔다.

이들의 ‘빅테크 사랑’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주식 투자 비중은 줄었다. 주식 비중은 5개월 만에 최소치를 찍었다. 다만 이 중 19%는 “가치주 수익률이 성장주를 능가할 것”으로, 37%는 “대형주가 소형주를 능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금 비중은 5월 5.6%에서 0.5%포인트 떨어지면서 19개월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또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금리 인상) 기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9%에 달했다. 61%가 Fed의 긴축 종료를 예측한 직전 조사 결과와는 상반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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