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이송 지연 최소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15일 발표했다. 119구급대원이 현장에서 병원에 전화하는 빈도를 줄여 ‘골든타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119구급대는 지난해 환자 약 200만 명을 이송했다. 이 중 현장에서 병원에 도착하는 데 한 시간 이상 걸린 ‘이송 지연’이 1만6939건으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4332건)의 약 네 배로 증가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중증응급환자가 적정 시간 내 도착하지 못하는 비율은 2019년 48.5%에서 지난해 56.3%로 올랐다.
구급차에서 사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대구에선 추락해 다친 10대가 병원을 찾지 못해 숨졌고, 5월 말에는 경기 용인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남성이 100㎞ 떨어진 의정부로 이동하다가 사망했다.
소방청은 당장 지방자치단체와 응급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지역응급의료협의체를 통해 지역별 이송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자체별로 중증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의료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도 119구급상황관리센터의 인력을 보강하고, 이송병원 선정 기준도 정비할 계획이다. 또 올해 응급도를 4단계로 나누는 119구급대 환자분류체계(PRE-KTAS)를 5단계인 의료기관의 환자분류체계(KTAS)와 동일하게 맞추기로 했다.
구급대 단말기와 의료기관의 전산 시스템을 연동하는 방안도 연내 추진한다. 이송 중 환자 정보를 여러 의료기관에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병원이 환자를 받을 수 있는지도 구급차 안에서 알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소방청은 장기적으로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구급지도의사를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구급지도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위촉하며 구급대원 교육, 현장 지원, 응급처치 절차 개발 등의 역할을 맡는다. 2021년 기준 675명이 활동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이런 대책에 대해 병원이 중증환자를 진료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를 개편하고, 대형병원이 중증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경증환자를 1·2차 병원으로 보내는 ‘전원 체계’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대변인(화홍병원 응급의학과장)은 “지금도 시스템이 없는 게 아니다”며 “어떤 시스템이든 병원에서 누군가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증환자를 돌려보내고 권역별응급의료센터를 평상시에 비워 놓을 수 있도록 병원에 대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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