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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 이처럼 수소에 까다로운 이유는 무엇일까? EU가 추진하는 그린에너지 전환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천연가스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더 급진전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크게 증가했는데 문제는 곳곳에 있는 발전설비를 연결할 그리드망은 아직 미비하고 기후에 따라 발전량도 들쭉날쭉해서 버려지는 전기가 많다는 점이다.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나 양수발전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EU는 수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해 저장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들고 이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수소연료로 쓰거나 다시 전기로 환원시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비싼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가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부생수소나 천연가스를 개질한 수소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기는 어렵다. 그린 전환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경제 발전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EU로서는 수소의 친환경 기준을 까다롭게 볼 수밖에 없다.
EU의 관련 지침은 입법이 진행 중이고, 프랑스 등 친원전 국가들이 원전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어 이사회 심의과정에서 다소 수정될 여지가 있다. 또 EU의 청정수소 기준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EU가 갖고 있는 주도적 입지를 고려할 때 국제 규범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더욱이 수소로 대표되는 청정에너지는 이제 미래 세대를 위한 선의가 아니라 당장의 비즈니스 현안이 되고 있다. 최근 한국 내 증액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면담에서 유럽의 한 양극재 제조사는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한국은 무탄소(decarbonized) 전력을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나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세제 혜택이나 현금 지원 같은 인센티브 못지않게 좋은 에너지 역시 주요 의사결정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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