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미국 시애틀 인근 도시 레드먼드의 마이크로소프트(MS) 캠퍼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가 상품 엔지니어링 임원 30여 명을 회의실로 불러 모았다.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오픈AI의 대규모 언어모델(LLM) GPT-4를 시연한 그는 “회사의 모든 제품에 이를 적용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MS가 생성형 AI를 결합한 제품을 내놓는 데까지 걸린 기간은 5개월이었다.
16일 MS 캠퍼스에서 만난 디비야 쿠마 MS 검색및AI마케팅 글로벌헤드는 “정신이 나갈 정도로 엄청난 기술이었다”며 “AI를 통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치열하게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MS는 빌 게이츠 창업자가 이끌던 1990년대 세계 IT업계를 대표하는 원조 빅테크였다. 운영체제(OS) 윈도95가 세계 PC에 깔리면서 글로벌 회사로 부상했고 2000년대까지 MS는 독보적인 기업이었다. 이후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졌다. 이런 MS가 되살아난 배경엔 2014년 2월 취임한 나델라 CEO가 있다. 그는 사업 구조를 클라우드 중심으로 변화시키며 회사 경쟁력을 높였다. 그가 취임한 이후 4년 만에 주가는 네 배 이상 올랐고, 2021년 6월에는 시가총액이 2조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협력회사인 오픈AI가 개발한 최신 LLM GPT-4를 처음 본 나델라 CEO는 무릎을 치며 “이 기술은 세상을 바꿀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점진적인 변화로는 안 된다”며 “이 기술로 여러분의 제품을 어떻게 완전히 바꿀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시했다. 엔지니어들은 그때부터 생성형 AI를 결합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한 달 뒤인 10월엔 마케팅 부서에 GPT-4가 처음 공개됐다.
거의 모든 제품에 생성형 AI를 결합하며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꾼 것이다. ‘원조 AI회사’로 꼽히던 구글은 뒤늦게 이런 움직임에 동참했다. 한발 앞선 빠른 대응으로 AI와 결합한 빙은 출시 이후 90일 동안 하루 앱 다운로드 건수가 네 배 늘었고, 에지의 시장점유율은 8분기 연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 이 회사 사업구조의 중심은 AI다. AI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애저클라우드사업부의 2023회계연도 4분기(4~6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2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1%포인트가 AI 서비스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케빈 스콧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클라우드와 AI를 결합한 서비스를 구독하려는 수요가 많다”며 “새로운 AI 서비스 사업이 연간 매출 1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증시에서 MS는 ‘근성 있는 거북이’로 통했다.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흔들림 없이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여줘서다. 하지만 생성형 AI 열풍이 불고 있는 최근엔 ‘발’까지 빨라졌다. 이 회사는 지난 15일 정규장을 348.1달러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에선 MS의 몸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간은 MS에 대해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315달러에서 350달러로 올렸다. 케이스 피츠제럴드 피츠제럴드그룹 공동창업자는 “MS 주가가 5~7년 후면 500달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레드먼드=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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