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매수 나선 '일학개미'…뭘 담았나 보니 '의외의 결과'

입력 2023-06-19 11:59   수정 2023-06-19 13:27

일본 주식시장이 3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상승하는 가운데 원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밀려났다. 이런 가운데 이른바 '일학개미'(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해 주목된다. 특히 일본 증시에서 미국 장기채권을 사들이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미 장기채 저가 베팅에 나서면서도 향후 엔화 가치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누리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직전 거래일인 1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순매수액은 2427만3701달러(약 310억2179만원)로 집계됐다.

우리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에 대해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순매수 기조로 돌아섰다. 올 2월과 3월에는 각각 1779만달러, 549만달러 매도 우위를 보였고 4월 들어선 50만달러 규모의 미미한 순매수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5월 한 달간은 3442만달러 규모 순매수를 기록, 이달까지도 강한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종목별로 보면 일학개미들은 '글로벌 엑스 일본 반도체'(GLOBAL X JAPAN SEMICONDUCTOR)를 2588만달러(약 332억원)어치로 가장 많이 사들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는 일본 반도체 장비와 소재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기간 두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은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엔화헤지'(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였다. 순매수액이 반도체 ETF에 근접하는 2493만달러(약 320억원)다.

이 ETF는 미국 장기채에 엔화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20년 미국 국채수익률을 추종하는 'TLT ETF'는 국내 운용사들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상장돼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굳이 일본 시장을 활용해 미국 장기채 ETF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에 상장한 ETF는 엔화로 투자해야 하는데, 때문에 향후 엔화 환율이 강세를 띨 경우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시장까지 가서 미국 ETF를 사들이는 이유다. 헤지(위험 회피) 상품인 만큼 달러 대비 엔화 가치에 따른 변동성도 없다.

소니(452만달러), 아식스(306만달러), 미쓰비시(265만달러) 등도 대거 사모았다.

한편 증권가는 일본 중앙은행(BOJ)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는 만큼 '엔저 현상'과 이를 노린 환차익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당국이 완화 정책을 이어갈 뜻을 명확히 하고 있는 만큼 엔화는 자꾸만 약세로 가고 있다. 물가 수준이 급등했고 엔화도 전고점에 가까워질만큼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니, 단기적으로는 중앙은행의 액션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30년동안 디플레이션의 고통을 겪은 나라인만큼 통화 긴축의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가 회복되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오르는데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유지된다면, 증시든 부동산이든 자산가격의 강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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