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20일 17:1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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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권오일 대명화학 회장이 상장 자회사 코웰패션의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을 상환하고 있다. 주식담보 대출 금리가 높아지자 대출의 일부를 상환해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패션기업 코웰패션은 대주주인 권 회장이 DB금융투자로부터 빌린 50억원의 주식담보 대출을 상환했다고 19일 공시했다. 이 대출의 담보 유지 비율은 200%다. 50억원을 빌렸을 때 주식총평가액이 100억원은 돼야 한다는 의미다. 주가 하락으로 평가액이 하락하면 그만큼 주식을 추가로 맡겨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증권사가 지분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반대매매 위험이 따른다. 다른 대출의 담보 비율(110%~180%)과 비교해 높은 수준인 만큼 먼저 상환한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지난해부터 코웰패션을 담보로 한 대출을 꾸준히 상환하고 있다. 금리가 본격적으로 인상하기 전인 2021년 10월 권 회장은 코웰패션 주식을 담보로 총 1097억원의 대출을 받았는데, 지난 1년 6개월 동안 133억원의 대출을 상환해 총대출액을 964억원으로 줄였다. 권 회장과 이순섭 코웰패션 회장은 2021년까지 코웰패션 주식의 60.0%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으나 이 비율을 최근에는 56.1%로 낮췄다.
권 회장이 주식을 담보로한 대출을 상환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금리 인상 때문이다. 2020년~2021년 한국 기준금리가 0.5%였던 시기에 주식담보 대출 금리는 최저 2.5%에서 최고 4% 사이었다. 하지만 현재 코웰패션의 주식담보 대출 금리는 최저 2.75%에서 최고 7%로 상승했다. 권 회장이 받은 평균 대출 금리인 4.87%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간 46억원이 이자 비용으로 지불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주식담보 대출 상환을 기점으로 권 회장의 거침없는 인수합병(M&A)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 회장은 주식을 담보로 빌린 재원을 통해 투자처를 물색하는 것으로 잘알려져있다. 권 회장은 2020년 하고엘앤에프를 비롯해 분크, 키르시 등 여러 패션·잡화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기업 규모를 키워왔다. 대명화학은 현재 코웰패션(연결 법인 15개), 모다이노칩(연결 법인 14개), 디에이피(항공 산업) 등 4대 기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대명화학과 종속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38% 증가한 2조2158억원을 기록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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