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저는 정치권에 빚이 없는 사람”이라며 “(민주당의) 공천 과정에서 기득권 체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했다. 혁신위원회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 구조 전반을 손보기 위해 설치된 조직이다.
김 위원장은 20일 국회에서 혁신위원 인선을 발표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외부 인사로는 김남희 변호사, 윤형중 랩2050 대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지호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가 임명됐다. 당 내부에선 초선인 이해식 의원과 원외 인사인 이선호 울산광역시당 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민주당에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최근 연이어 터진 악재로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 회복’ 방안까지 제시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공천 과정에서 현역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체제를 혁파하고,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 등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확정된 공천 룰을 고치겠다는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김 위원장은 “개혁이 필요하고, 국민이 원한다면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당내 계파의 이익과 강성 당원의 요구,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한 현역 국회의원의 이해에 한 치의 관심도 없다”며 자신이 특정 계파에 속해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혁신위원 면면을 보면 ‘친이재명(친명) 혁신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대선 때 이 교수는 공개적으로 이 대표 지지 선언을 했고, 차 교수는 TV 찬조 연설을 했다. 혁신위에 참여한 유일한 현역 의원인 이 의원은 이 대표를 물심양면 지원하는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 사람으로 분류된다.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혁신위가 공천 시스템을 건드릴 경우 계파 갈등이 분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를 의식해 “당내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고, 혁신의 동력을 저해하는 모든 시도와 언행에 일절의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했다.
혁신위는 출범의 계기가 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 암호화폐 등에 대한 진상 파악에도 나설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코인 논란은 개인 일탈로 보이고, 돈봉투 사건은 조직의 문제”라며 “전당대회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해 문제의 원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돈봉투 사건 수사가 검찰에 의해 기획됐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선 “사적으로 한 얘기였다”며 “민주당에 정치적·법률적 책임이 있는 심각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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