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는 호텔롯데가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상표권자가 상표 사용자로부터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그 행위가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해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호텔롯데는 이 사건 과세기간인 2008~2012년 사업연도에 롯데지알에스(옛 한국 롯데리아)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지 않았다. 세무 당국은 이런 행위가 구 법인세법 제52조의 부당행위계산 부인 대상에 해당한다고 봤다. 부당행위계산 부인 제도는 특수관계인과의 거래가 조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킬 목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그 행위나 계산을 부인하는 제도로, 당사자는 부인 금액에 대한 추가 납세의무가 발생한다.
세무 당국은 한국 롯데리아가 해당 사업연도에 벌어들인 순매출액에 상표 사용료율을 곱해 산정한 금액을 호텔롯데에 납부하라고 고지했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은 한국 롯데리아 햄버거 영업부문의 순매출액만을 기준으로 상표권 사용료를 재산정해 28억원의 법인세를 추가 납부하도록 했다. 이에 호텔롯데는 28억원의 세금 부과 처분도 취소해달라며 2016년 4월 소송을 냈다.
1·2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원심 재판부는 "호텔롯데가 한국 롯데리아로부터 이 사건 상표의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은 것이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거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세무 당국이 주장하는 시가(한국 롯데리아의 햄버거 영업부문 순매출액의 0.06% 내지 0.14%)를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적용기준이 되는 시가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피고 측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상표의 등록·사용을 둘러싼 제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표권자가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은 행위가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한국 롯데리아가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직접 지출하는 등 이 사건 상표가 가지는 재산적인 가치는 대부분 한국 롯데리아에 의해 형성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표권 사용의 법률상·계약상 근거, 상표의 개발 및 가치 향상과 관련해 수행한 기능과 투여한 자본, 수익 창출에 대한 기여도 등을 고려해 경제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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