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랜도스 CEO 방한에 이목이 쏠린 것은 넷플릭스가 최근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해서다. 그는 지난 4월 미국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4년간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의 콘텐츠 투자를 약속했다. 넷플릭스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에 투자한 금액의 두 배 수준이다.
한국을 찾은 서랜도스 CEO를 바라보는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은 마음이 복잡하다. 국내 기업에 불리하게 짜인 ‘기울어진 운동장’이 한층 공고해질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망 이용대가는 국내 IT 산업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사례다. 인터넷 트래픽이 많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은 매년 수백억원을 통신망업체에 납부 중이다. IT 플랫폼 발달로 망 사업자의 시설투자 비용이 늘어났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반면 넷플릭스,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중요금 부과’라며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이 직접 나서 넷플릭스의 투자를 유치한 상황에서 해외 빅테크에 망 이용대가를 강제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기울어진 운동장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업체들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온라인 개인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필수·선택 정보를 구분하고, 선택 정보에 대해서는 별도의 동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의 사용자가 ‘필수’ 항목에만 동의를 누르게 된다. 반면 구글, 넷플릭스 등은 자사의 글로벌 기준을 앞세우며 가이드라인을 거부하고 있다. 전체 항목을 ‘동의’ 버튼 하나로 체크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모은다. 국내 소비자의 내밀한 정보를 제일 잘 아는 곳이 구글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내 업체에도 똑같이 발부하는 ‘청구서’를 면제해 줄 이유는 없다. 세계 각국이 자국 업체 보호에 골몰하는 상황이다. 넷플릭스의 투자 유치를 자축하기에 앞서 국내 업체에만 가혹한 차별적인 규제를 점검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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