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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이 1200억달러(약 155조원·올해 들어 누적) 규모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상승장이 이어지면 공매도 투자자의 손실이 더 커질 전망이다. 다만 미국 기술주 랠리가 앞으로도 지속될지를 놓고선 월스트리트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연초보다 1400억달러 늘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3파트너스 집계를 인용해 미국 증시의 이달 공매도 총액이 1조달러(약 1291조원)를 돌파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2년 4월 이후 최대치다. 뉴욕증시에서 거래할 수 있는 주식 가운데 약 5%에 해당하며, 연초 8630억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뉴욕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강세장에 진입했는데도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투자 수요가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투자 전략이다. 매도한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이익을 얻고 상승하면 손실을 본다. 그런데 공매도 투자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미국 나스닥지수는 지난주까지 8주 연속 올라 2019년 3월 이후 최장기간 상승세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14%, 이달 들어서만 5% 상승하며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결과 공매도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이달 중순까지 1200억달러(약 155조원)가량의 평가 손실을 냈다고 S3는 집계했다. 이달 들어서만 720억달러(약 93조원)의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공매도 투자자들에게도 이유는 있다. 이들은 경기 침체로 하락장이 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 상승장의 주역인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주가가 고평가 상태라는 분석,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근거다. 이호 듀사니스키 S3 예측분석 담당 책임자는 “헤지펀드를 비롯한 많은 투자자가 이번 랠리가 곧 후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주가가 고공 행진했던 일부 종목이 힘을 잃고 평균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테슬라·엔비디아에 공매도 몰려
공매도 투자가 가장 많이 몰린 기업은 최근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식들이다.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아마존 등 빅테크가 대부분이다. 특히 테슬라는 지난 8일 애플을 제치고 공매도 1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공매도 투자자들의 예상과 달리 테슬라 주가는 올해만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거의 세 배나 올랐다. 나머지 세 종목도 최소 40% 이상 상승했다. 이 종목들은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골드만삭스가 러셀3000 기업 가운데 공매도가 가장 많이 몰린 종목 50개를 추적한 결과 이들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평균 20%로 S&P500지수 상승률을 뛰어넘었다.공매도 투자 손실이 더 커질지를 놓고선 월가의 의견이 엇갈린다. 인공지능(AI) 열풍이 지속되며 빅테크 주가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는 데 비해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수석애널리스트는 “지금이 닷컴버블 직전 상승세를 이어간 1999년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AI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와 반도체 기업 등에는 향후 몇 년 동안 사회를 변화시킬 큰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라이언 데트릭 카슨그룹 수석시장전략가는 “S&P500지수가 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며 미국의 강한 고용 지표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엘리자베스 버튼 골드만삭스 수석투자전략가는 “위험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S&P500지수가 4000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S&P500지수는 20일 전날보다 0.47% 하락한 4388.71에 마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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