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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에 이어 이번 정부는 바이오헬스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하고 과감한 투자를 약속했다. 현대는 과학기술이 국가의 지위와 미래를 결정하는데, 이를 예측이라도 하듯 과학실험을 최초로 표현한 그림이 있다. 바로 조지프 라이트(1734~1797)의 ‘공기펌프 속의 새 실험’이다.
이 작품은 18세기 영국 화가인 라이트가 진공상태를 설명하는 떠돌이 과학자를 묘사한 것이다. 당시 과학자는 일종의 마법사와 같은 사람들로, 부유한 가정에 방문해 흥미로운 과학 실험을 보여주면서 인기를 끌었다. 붉은색 가운을 입은 과학자가 새가 들어 있는 유리 플라스크를 들고 있는데, 공기펌프로 진공상태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면 플라스크 안의 산소가 없어져서 새는 호흡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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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산소와 호흡에 대한 개념이 생소했기에, 화면 중앙의 아버지가 두 딸에게 실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언니는 새가 곧 죽게 될 것임을 알고 눈을 가리고 있지만, 동생은 아직 생사(生死)에 대한 인지가 없는지 언니의 허리를 꼭 잡고 새를 바라보고 있다. 이 가족과 달리 화면 왼쪽에 있는 남자는 무감각한 표정으로 시간을 재고 있고, 옆에 있는 소년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플라스크를 보고 있다.
이 상황 속에서도 소년 뒤의 남녀는 실험에는 관심이 없고 서로를 바라보며 연애를 즐기고 있다. 반대편 오른쪽에 앉아 있는 남자는 탁자에 놓인 비커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 속에는 머리뼈(해골)가 들어 있는 듯하다. 이는 당시 바니타스(vanitas·공허 혹은 헛됨) 화풍의 일부로, 과학과 지식의 진보 속에도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의 한계를 표현한 것 같다. 그는 과학의 발전이 풍요로운 미래를 불러오겠지만, 오히려 기계에 맞춰 더욱 바쁘게 일해야 하는 인간의 미래를 예상한 것일까?
과거에는 호흡은 영(靈·sprit) 또는 정신이 다시(re-)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respiration’으로 명명했다. 즉, 호흡은 단순히 공기가 아니라 영혼과 정신이 들어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라이트는 당시 과학자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실험 중 호흡 작용을 묘사하며 과학을 대하는 정신과 마음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지표를 봤을 때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작품 속 해골의 의미와 호흡의 어원을 생각해봤을 때, 과학기술 발전 못지않게 연구 윤리나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이 중요하다. 과학이 부국강병의 잣대나 취업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과학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사회 분위기도 형성돼야 한다. 과학은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가슴을 떨리게 하는 학문이다.
이재호 계명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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