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급하게 올랐나"…가팔라진 기술주 ETF 매도세

입력 2023-06-22 07:11   수정 2023-06-24 00:01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연내 2회 이상 금리를 올리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기술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대규모 투자금이 유출됐다. 통화 긴축이 예고되면서 기술주 랠리가 한풀 꺾였다는 관측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기술주 ETF인 인베스코QQQ트러스트ETF(티커명 QQQ)에서 13억달러가량 순유출됐다. 지난 16일 31억달러가량 순 유출을 기록한 뒤 대규모 매도가 이뤄진 것이다.



QQQ에서 대규모 투자금이 이탈한 배경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이 있다. 이날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고려할 때, 금리 인상이 타당하지만, 더 완만한 속도로 가는 게 좋다”고 밝혔다. 이는 연준이 지난 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일주일 만에 나온 파월 의장의 발언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이를 2%대로 낮추는 과정에서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연내 2회 이상 금리를 인상할 것이냐는 질문에 "FOMC 위원 대다수가 올해 금리를 두차례 더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제가 예상대로 유지된다면 2회 이상 인상되는 게 꽤 정확한 추측일 것"이라고 답했다.

인공지능(AI) 열기가 다소 식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AI에 대한 관심이 지나쳤다는 반응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로렌 산필리노는 "일부 투자자들은 AI 랠리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고 판단했다"며 "이제는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콜 옵션 등 기술주 관련 파생상품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오는 23일 만기가 도래하는 선물 및 옵션 규모는 4조 2000억달러에 달한다. 만기가 다다르자 차익 실현을 위해 대량 매도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QQQ의 콜옵션 및 풋옵션 미결제약정 거래는 1700만 건으로 2004년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기관투자가의 리밸런싱(자산재조정)에 따른 매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주식이 채권 수익률을 크게 앞지르면서 주식 비중이 크게 늘었다. 글로벌 연기금이 주식·채권 분배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기술주를 대량 매도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1500억달러 상당의 주식이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앤드류 매카스 올드미션캐피털 트레이딩 부문장은 "특정 비율로 투자하는 펀드에서 기술주를 대량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1분기 기술주 실적이 좋았던 탓에 비중을 조절하려 매도세가 가팔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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