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 수지가 당초 전망보다 3년 이른 2027년부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것이 국내 증시 등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이르면 내년부터 국내 주식 매수를 줄이거나 필요에 따라 대량보유 종목 중 일부를 매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등 유동성이 떨어지는 대체자산 시장도 국민연금 매수세 위축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22일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1분기 말 현재 국내 주식(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140조30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 시점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시가총액(2356조원)의 5.9% 수준이다.
지난 21일 현재 5% 이상 보유한 국내 주식 종목은 총 283개다. 이 중 36개 종목은 10% 이상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기관투자가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수급 주체로 ‘연못 속의 고래’라고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보험료 수지 적자를 앞두고 이르면 내년부터 국내 증시 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수지 적자에 대비해 이르면 내년부터 국민연금은 보험료 수입을 모두 자산운용에 쓰지 않고 5% 안팎의 일정 비율을 일종의 ‘예비비’로 남겨 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게 되면 위험자산인 국내 및 해외 주식에 들어가는 금액이 우선적으로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매년 내놓는 5년 단위 운용전략인 ‘중기자산배분안’에 이르면 내년부터 보험료 수지 적자가 반영되면서 주식 매각이 검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국민연금은 2028년 말 기준 자산군별 비중을 주식 55% 내외, 채권 30% 내외, 대체투자 15% 내외로 정한 ‘2024~2028년 중기자산배분안’을 발표했다. 이 배분안에는 2027년 보험료 수지 적자가 고려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에 발표될 ‘2025~2029년 중기자산배분안’에는 이를 반영해야 해 국내·해외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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