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의 관계 회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해도 중국의 패권 강화라는 장기 목표를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블링컨 장관은 방중에서 첨단기술과 관련한 대중국 압박, 중국 주변국과의 군사 공조 강화 등을 포기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미국의 정책 기조를 바꾸라고 대립각을 세우는 대신, 새로운 국면을 받아들이게 됐음을 시사한다.
중국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경제다. 중국 경제에는 아직 취약한 부분이 많다. 외국인 투자와 기술, 시장 등에 대한 접근성 확보가 중요하다. 과거 중국은 유럽과 미국의 사이를 벌리려고 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또 다른 섬나라 팔라우도 미국에 해역 순찰 강화를 요청했다. 중국 선박이 팔라우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서다.
이들 국가는 이 지역에 미국이 집중하는 걸 환영한다. 하지만 미·중의 갈등이 심해지고, 자국 경제에까지 악영향이 미치는 것을 원하진 않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현명한 처사였다. 이를 통해 미국은 미·중 갈등을 누그러뜨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1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이 어떤 대접을 받을지 고심하던 중국도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 그 결과 냉랭했던 양국 관계에 완전하진 않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해빙 무드’가 조성됐다.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동맹과 파트너십은 미국에 큰 힘이 된다. 단 군사력과 경제적 관계가 뒷받침될 때다. 그런데 미국의 군사비 지출과 무역 전략은 아직 불충분해 보인다. 이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모래성과 같을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China Accepts the New Indo-Pacific Reality’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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