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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는 전세사기나 역전세(이전 계약보다 전셋값 하락)난으로 보증금을 떼이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전세대출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월세는 또 부담이 될 것 같고요….”
서울 동작구 빌라에서 전세로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A씨는 다음달 2년 계약 만료를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세 포비아(공포)’라는 말까지 나온 상황에서 전·월세전환율(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은 점점 오르면서 A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임차인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이 아파트라면 전세가 유리할 수 있지만, 빌라 등 비아파트라면 월세가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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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전세사기 사건 등이 터지며 월세로 수요가 대거 이동한 영향이 크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 비중이 51%로 전세를 처음 추월하기도 했다.
비용만 고려한다면 전세가 유리한 편이다. 전세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과 달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서 제외되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주택 유형별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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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역전세보다 훨씬 위험한 게 집값이 보증금보다 내려가 집을 팔더라도 구제를 받지 못하는 ‘깡통전세’”라며 “시세 측정이 어려운 신축 빌라 등은 깡통전세 리스크가 있어 전세로 들어갈 때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싼 월세 부담은 둘째치고 빌라 월세 매물 자체가 많지 않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빌라 전세 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면 전세보증금을 줄이는 대신 월세를 더 내는 식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이 기회에 전·월세살이를 접고 작은 아파트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임차인도 늘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의 중소형~초대형 아파트값이 하락(-0.23~-0.01%)한 가운데 전용면적 40㎡ 이하 초소형만 유일하게 보합(0)을 기록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에서 전용 39㎡ 안팎의 초소형 아파트도 분양이 잘되고 있는데, 전세사기 우려로 20~30대가 대거 몰린 영향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파트에 살고 싶은데 자금력이 부족해 매매나 전세로 들어가는 게 어려워 월세를 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 1~5월 서울의 전용 60㎡ 이하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이 49.9%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용 60~85㎡와 전용 85~102㎡는 월세 비중이 30%대에 그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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