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의 상쾌한 하루] 아름다운 천사 헵번을 기리며

입력 2023-06-25 17:57   수정 2023-06-26 00:10

며칠 전 TV에서 오드리 헵번에 대한 프로를 보고 그녀의 사망 원인을 알게 됐다. ‘로마의 휴일’에서의 청순한 헵번도 예뻤지만 나이가 들어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헵번의 모습 또한 아름다웠다. 배가 아파서 주위에서 검사를 받아 보라는데도 미루다가 아프리카 봉사를 다녀온 뒤 검사에서 진행성 대장암으로 진단받고 수술 3개월 후 사망했다는 소식은 놀라웠다. 대장암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로서 먼 과거도 아니고 후진국도 아닌 유럽에서 1993년 대장암을 진단받고 3개월 만에 사망할 정도로 암이 진행됐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대장암의 최선의 치료는 조기 발견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대장암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항문에서 가까운 직장암은 배변 시 출혈이 있을 수 있으나 항문에서 거리가 있는 결장암은 암종에서 출혈이 있어도 소량이고 그나마 변에 섞여 육안으로 알기 어렵다. 더욱이 대장은 직경이 커서 상당히 진행되지 않으면 배변에도 큰 지장이 없고 대장 자체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어 암 자체 때문에 통증이 생기지 않는다. 암이 상당히 진행돼 장이 막혀 배변이 잘되지 않게 돼서야 통증이 발생한다. 그래서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암을 발견하는 것이 최선이다.

제자리암종이나 1기 암은 5년 생존율이 100%까지 보고됐고, 내시경을 통한 절제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2기 암은 수술이 필요하며 주변 림프절로 전이돼 있는 3기 암과 예후가 나쁜 2기 암은 수술 후 항암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다른 장기로 이미 전이된 4기 암은 치료 방법이 다양하지만 5년 생존을 기대하기 어렵다(그림 참조). 심한 경우 헵번의 사례와 같이 진단 후 6개월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

대장암의 수술 방법에는 개복술,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 로봇을 이용한 수술 방법이 있어 환자 상태에 맞게 맞춤 치료가 적용된다. 3기 암은 수술 후 보조적으로 항암치료가 필요하다. 직장암은 수술, 항암치료 외에 방사선 치료가 추가된다. 하부직장암이며 수술 전 검사에서 진행된 암으로 진단된 경우 방사선 치료가 시행되며 수술 전에 할 수도 있고 수술 후에 할 수도 있으나, 최근에는 수술 전에 하는 방법이 선호된다. 4기 암은 표적치료제와 함께 화학적 항암제를 병행해 사용하며 암이 진행돼 수술이 어려울 때는 먼저 항암치료를 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일부이지만 면역치료가 효과를 보인다는 보고도 있어 절제 불가능한 대장암도 과거에 비해 생존 기간이 많이 늘었다.

헵번은 죽기 얼마 전 자신이 사랑했던 시를 아들들에게 유언 비슷하게 편지로 남겼다고 한다. 샘 레벤슨의 ‘세월이 증명한 아름다움의 비결(Time Tested Beauty Tips)’이란 제목의 시로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중략)…나이가 들어 손이 두 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김광호 이대서울병원 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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