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은 지났다.”
전기요금이 지난달 1년7개월 만에 전력도매가격(SMP)을 웃돌면서 한국전력이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역마진이 해소되면 한전 적자가 줄어들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낮아지고 한전채 발행 속도도 둔화할 수 있다. 다만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2021년 이후 올 1분기까지 쌓인 누적 적자만 45조원에 육박하는 점은 부담이다.
하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2021년 11월 127.1원으로 뛰었고, 당시 전기요금(㎾h당 114.2원)을 앞질렀다. 이어 작년 말에는 ㎾h당 267.6원까지 치솟았다. 2020년 MMBtu(가스 열량단위)당 4.4달러이던 천연가스 가격은 2021년 18.8달러, 지난해 34달러로 뛰었고, 석탄가격도 2020년 t당 60.2달러에서 지난해 361.3달러로 폭등했다.
하지만 올 들어 에너지 가격이 급락하면서 SMP도 하락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올 들어 이달 16일까지 59% 하락했고, 석탄 가격도 같은 기간 42% 떨어졌다.
반면 전기요금은 올 1월 ㎾h당 13.1원, 5월 15일 8원 등 13.2% 올랐다. 전기요금이 2021년 10월 이후 19개월 만에 SMP보다 높아진 배경이다.
통상 에너지 가격이 SMP에 반영되는 데 6개월가량 걸린다. 이를 감안하면 SMP보다 전기요금이 높은 상황이 적어도 올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가격 안정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경우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정치권이 총선을 의식해 전기요금을 누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경제 논리로 따져도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시장을 압박하던 한전채 발행 속도도 둔화할 수 있다. 이달 22일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은 77조4000억원으로, 올 들어서만 9조원 더 늘어났다. 한전채 발행 한도(자본금+적립금의 5배 이하) 측면에서도 여유가 생긴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을 아예 중단할 순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전은 2021년 5조8465억원, 지난해 32조6552억원, 올 1분기 6조1776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이 기간 누적적자만 45조원에 육박한다. 정부는 2026년까지 누적적자를 해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 번에 대폭 인상하지는 않더라도 단계적으로 전기요금을 정상화할 필요성은 여전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누적적자는 물론 한전 전력망 투자 여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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