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투자 습관에 깜짝 놀랐어요. 돈이 생기면 그걸 전부 테슬라 같은 미국 주식에 투자하더라고요."
고액자산가들을 밀착 관리하던 프라이빗뱅커(PB) 팀장이 대학생들에게 증권시장론과 경제학원론 등을 가르치는 교수로 변신했다. 하준삼 한국외대 국제금융학과 겸임교수의 이야기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었다"는 그는 30년간의 은행 생활을 마치고 작년 말 교수로 강단에 섰다.
하 교수는 은행 재직 시절 신탁부와 투자상품부, 퇴직연금사업부 등을 거쳐 강북권 PB로 활약하는 등 상품 전문가로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은행권 처음으로 '적립식 전용펀드'와 '목표달성형 펀드'를 개발하기도 했다.
최근 출간한 책 <하 박사의 참 쉬운 경제>에서 하 교수는 저축부터 투자까지 금융상품 투자로 부자가 될 수 있는 비결을 담아냈다. 한경닷컴 재테크 분야 필진 서비스인 '더머니이스트'(The Moneyist)에 꾸준히 기고한 글들을 엮은 것으로, 빠르게 변하는 금융시장을 두고 '왜'보다는 '어떻게'의 시선에서 답을 풀어낸 게 이 책의 특징이다. 하 교수는 앞서 반기별로 진행되는 더머니이스트 시상에서 두 차례나 베스트 필진으로 선정된 바 있다. <한경닷컴>은 26일 서울 중림동 한경닷컴 본사에서 하 교수를 만나 금융시장에 대한 전망과 대응 전략을 들었다.
"다양한 자산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짜보라고 과제를 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인기 많은 미국 주식들에만 투자하고 있더라고요. 미국 주식 자체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문제는 해당 산업을 공부한다든가, 재무제표와 차트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투자가 아니란 겁니다."
하 교수는 분석 없는 묻지마식 투자는 '투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유망성 등에 베팅하는 성장주는 장기적으로 들고가야지 단기 매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강제성을 두지 않으면 학생들이 제한적인 투자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후부터는 '국내 주식도 포함시켜서 구성하라'는 취지로 조건을 달아서 과제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 교수는 자산규모가 커질수록 수익률 변동이 큰 '하이리스크'식 전략은 힘을 잃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당장은 가진 돈이 적으니까 많이 들어본 미국 주식에 투자한다지만 질문을 바꿔 '1억원을 보유하고 있어도 테슬라에 몰아줄 것이냐'고 물으면 학생들 전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더라. 위험이 크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아는 것"이라면서 "어릴 때부터 채권과 펀드, 예금 등 다양한 자산에 분배하는 습관을 들여야 향후 목돈을 마련해서도 현명하게 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든 미국이든 중앙은행 수장들은 '연내 금리인하가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건 금리인상의 정점에 대한 목표치를 이야기했고, 그간 빠르게 올랐던 금리의 인상 속도가 줄면서 결승선에 근접했단 점입니다. 금리인하는 연말이 될지, 내년 초가 될지 시간문제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미 중앙은행(Fed)이 연내 금리를 내릴지', '예고했던 추가인상을 단행할지'보다는 '금리 기조가 바뀌었다'는 사실 자체에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이런 기조에 맞춰서 어떻게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야 할까. 하 교수는 "주식의 경우 금리인하 시기가 다가온 만큼 그간 소외됐던 기술주와 성장주 중심으로 매수세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아직 주가가 본격 상승하는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에 관련 섹터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분할 매수하고, 추후 금리인하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개별 종목을 분석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채권에 대해선 국내 30년 만기 국채를 콕 짚어 추천했다. 하 교수는 "채권은 금리방향과 반대로 수익이 결정된다"며 "앞으로 2~3년 동안 금리가 1~2%가량 하락한다고 가정했을 때 만기가 긴 국채에 투자하면 정기예금 금리의 두세배 넘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덧붙여 하 교수는 "최근 한국 국채 30년물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며 "앞으로 금리추이를 봐가며 투자규모를 약 1억원가량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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