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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하강기류에 휘말렸다. 조심해! 어, 어….” 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났다. 비행기가 급속도로 추락하더니 굉음과 함께 땅에 처박혔다. 1935년 파리~사이공 구간 비행시간 단축 신기록에 도전하다가 당한 사고였다. 프랑스 작가이자 조종사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다행히 정비사 프레보도 무사했다. 그러나 절망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리비아 사막 한복판이었다. 통신 장비가 열악한 그 시절, 사막 조난사고는 곧 죽음을 의미했다. 30시간이면 온몸에 수분이 다 빠져나가서 죽게 되는 열사의 사막. 살갗에 들러붙은 모래는 땀과 범벅이 돼 몸의 수분을 계속 빼앗았다. 침이 마르고 숨쉬기가 버거운 데다 목구멍까지 쓰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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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막여우가 많은 나무 중 단지 몇 군데에서만 달팽이를 잡아먹고 다음 나무로 이동하는 게 아닌가. 그것도 한 나무에서 매우 조금씩만 핥아먹은 뒤 다른 나무로 가서 또 조금씩 먹고 대부분은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었다.
그는 이런 행동을 보고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에 사막여우가 첫 번째 나무에 있는 달팽이를 모두 먹어 치웠다면 그다음, 혹은 그다음 다음에는 이미 달팽이가 바닥나 있을 것이다. 당장 허기를 다 채우려고 했다면 달팽이는 씨가 마르고 그러면 사막여우 자신도 종말을 맞게 된다.’
이 이야기는 그의 자전소설 <인간의 대지>에 나온다. 사고 이후 4년 만인 1939년에 발표한 이 작품으로 그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을 의미하는 아카데미프랑세즈에서 소설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는 당시 200㎞나 사막을 헤매다가 4일 만에 베두인 상인에게 발견돼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경험뿐만 아니라 ‘인간’과 ‘대지’의 근본 관계에 대한 성찰을 함께 녹여냈다.
일생을 비행기 조종사로 활약한 그는 새로운 시각에서 인간의 조건을 관찰하고 이상적인 인간상을 제시하려 했다. 그러면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타인의 삶에 대한 책임감과 연대 의식을 들었다.
<인간의 대지>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를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도 인간다움의 근간이 되는 ‘관계’와 ‘책임’의 문제를 규정하기 위해 제시한 말이다. 프레보가 “만약 내가 이 세상에 혼자였다면 나는 그냥 뻗어버렸을 거야”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에서 구조될 희망도 없이, 불덩이 같은 낮과 얼음 같은 밤, 정신을 온통 뒤흔들어 놓는 신기루에 혹사당할 때, 나만의 문제라면 고통스러운 생존보다 간단하고 깨끗한 죽음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둘은 끝없이 하늘을 맴돌며 애타게 찾고 있을 동료들과 가족을 위해 자멸을 택할 수 없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도, 대지에 대한 예의도 아니었다.
사막은 우리 인생의 은유요, 외로움과 막막함의 상징이다. 프랑스 시인 오르텅스 블루의 ‘사막’이라는 시만 봐도 그렇다.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단 4행짜리 짧은 시의 무게감은 엄청나다. 파리 지하철공사가 공모한 콩쿠르에서 8000여 편의 응모작 중 1등을 차지한 당선작답다. 그만큼 밀도감도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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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또한 낮과 밤의 온도 차를 이용한다. 공기 중 수증기가 선인장 가시에 물방울처럼 맺히면 돌기 사이의 V자 모양 계곡을 타고 물이 흘러내려 선인장 몸통에 저장된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자연의 원리에서 답을 찾아 생태모방 기술을 개발한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수증기가 물방울이 되도록 하는 딱정벌레의 돌기 모양과 물방울 방향을 유도하는 선인장 가시 등 자연에서 힌트를 얻은 요소를 결합해 공기 중 수증기에서 물을 10배나 더 모으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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