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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상수도, 미국 남부의 가스 수송, 스페인의 광대역통신망…. 세계 각국에서 진행된 이 같은 공공 인프라 사업의 공통점은 호주 자산운용사 맥쿼리인프라가 투자했다는 사실이다. 필수 공공 인프라에 투자한 뒤 수익을 창출해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맥쿼리 모델’로 이름을 날린 맥쿼리인프라는 높은 배당금만큼이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자산을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받고 다시 팔아 시민 부담을 가중시킨 반면, 공공 인프라 관리와 재투자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 인프라에 투자해 고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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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인 만큼 공공 인프라에서 창출되는 수입을 재투자하기보다 투자자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주거나 이를 담보로 차입해 부채를 늘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자산을 이용해 대규모 금액을 조달한 맥쿼리가 발을 빼면 공공 인프라 자산은 부채만 가득한 자산이 되고, 그 과정에서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이 대표적인 예다. 맥쿼리는 2003년 영국 수자원 업체 사우스이스트워터를 3억8600만파운드에 인수하며 영국 수자원 사업에 진출했다. 3년 뒤 맥쿼리는 사우스이스트워터 지분을 6억6500만파운드에 매각했는데, 이 기간 부채는 8700만파운드에서 4억5800만파운드로 네 배 이상 늘었다.
○환경오염 등 부작용 비판도
FT는 “맥쿼리는 차입금으로 투자자들에게 6000만파운드 이상의 배당금을 지급했고 인수 비용 대부분을 갚았다”며 “반면 (영국) 소비자들의 청구 요금 중 부채 이자를 갚는 데 들어간 비용의 비중은 2002년 8.7%에서 2006년 14%로 급증했다”고 지적했다.영국에서는 맥쿼리가 수십 년간 영국의 민간 물 독점 기업에 투자하면서 강과 해안가의 오염이 심각해졌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전 영국 정부 자문위원인 디터 헬름 옥스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금융 공학에 의해 민영화가 전복됐다”며 “민영화가 투자 재원을 조달하고 비용을 분산하는 데 사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맥쿼리는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며 높은 수익을 챙겼다. 2009년 개통된 9호선에 투자한 맥쿼리는 2012년 일방적으로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히며 서울시와 법정 다툼을 벌였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FT는 “맥쿼리 지지자들은 맥쿼리가 최근 수소 및 바이오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들이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전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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