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기다려온 글로벌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이 발표되었습니다. 이제 세계 모든 지역의 기업이 동일한 기준으로 ESG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었습니다. 투자자 역시 기업을 비교하고 투자 결정에 참고할 만한 더 확실한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각종 혼란과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ESG가 마침내 역사적 이정표를 통과한 것입니다.
지난달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표준 확정은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경계를 다시 그리는 출발점으로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릅니다. ISSB 표준은 20년 전 국제회계기준(IFRS)이 그랬던 것처럼 기업경영과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ESG는 환경, 인권, 다양성 같은 기업의 비재무적 가치를 인정하고 중시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경영자의 경영 판단에서 우선순위에 들지 못하던 것들입니다. 확정된 표준에 따른 공시가 의무화되면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같은 재무정보와 동일하게 비재무정보를 사업보고서에 공개해야 합니다. 자본주의의 경계가 재무적 가치에서 비재무적 가치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ESG 공시 도입이 환경과 사회에 실제로 얼마나 긍정적 효과를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더 이상 경영자들이 ESG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ISSB 표준은 18개월 이상 이어진 국제적 논의의 결과물입니다. 기업의 요구를 반영해 최종안에서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가 1년 유예되었습니다. 스코프 3는 협력사 등 가치사슬 전반의 배출량을 모두 포함해 데이터 수집이 쉽지 않습니다. 1년 유예보다는 스코프 3 보고 원칙을 유지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스코프 3 측정과 관리에 나서야 합니다.
2004년 ESG라는 약어가 처음 등장했지만, 그동안 규제 기관은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최근에야 몇몇 국가가 ESG 제품의 허위·과장광고와 관련한 그린워싱 규제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번에 확정된 표준의 도입과 의무화는 개별 국가가 결정합니다. IFRS 때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확산돼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원회 역시 3분기, 빠르면 7월 중 국내 기업의 ESG 공시 의무화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공시 의무화는 ESG가 본격적으로 규제와 관리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경ESG〉가 이번 호로 창간 2주년을 맞습니다. 2021년 7월 창간 때만 해도 무모한 시도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습니다. ESG만으로 매달 100쪽이 넘는 지면을 채울 수 있겠느냐고 걱정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매달 쏟아지는 이슈를 따라잡고 분석하다 보니 어느새 2년이 흘렀습니다. 그만큼 ESG는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매달 최신호 발행을 기다리고, 한 문장 한 문장 밑줄을 그어가며 정독하는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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