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적대적 공존하며 국가 추락 가속"

입력 2023-06-30 18:12   수정 2023-07-01 01:07


“이제는 건너가자.”

‘노장 철학의 대가’로 불리는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오랜 기간 유지한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 문구다. 지난 26일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창당을 선언한 신당 ‘한국의희망’의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하다. 대표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한 최 교수가 신당 창당의 주축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상임 선대위원장을 맡은 최 교수는 안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양 의원과 오는 8월 한국의희망을 창당한다. 30일 서울 마포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최 교수를 만나 신당 창당 배경과 목표를 들어봤다.

최 교수는 “추격 국가에서 선도 국가로 도약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나라에는 △극심한 사회분열 △정치 갈등 △포퓰리즘 △부패 등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며 “거대 양당이 적대적 공존으로 국가의 추락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 추락과 도약의 ‘경계선’에 선 지금이 양당 체제를 깨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당은 ‘네 편’과 ‘내 편’을 갈라 ‘이게 나라냐’를 외친다”며 “추구하는 이념과 꿈, 비전은 사라지고 오직 대통령 만들기만이 목적인 ‘대통령 제조 공장’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의희망은 진보, 보수, 중도 등 이념적 정체성을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이념 정치’에서 ‘과학 정치’로 건너가야 할 때라고 역설한다. 최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접근할 때도 과학이 아니라 진영에 따라 입장이 갈린다”며 “이런 정치적 지형에서 이념적 좌표를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성과 감정의 정치에서 벗어나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을 중시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한국이 추격 국가의 최정점에서 선도 국가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국가의 기반은 재정이고, 세금은 산업 현장과 기업에서 나오며, 기업 경쟁력은 과학 기술이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여성 임원’ 타이틀을 단 양 의원과 의기투합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과학 정당을 표방하는 한국의희망은 정당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세계 최초 블록체인 플랫폼 정당’을 구축한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아직 양 의원 외에 한국의희망에 합류한 기성 정치인은 없다. 최 교수는 “우리의 비전과 정체성을 보여줬으니 이제는 기업인과 엔지니어, 청년과 여성을 중심으로 상징적 인물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사람을 먼저 모으고, 대중의 입맛에 맞는 비전을 내세우는 기존의 제3지대 정당과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다. 자신이 직접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이번에 창당하는 신당이 기존의 제3당이 그랬던 것처럼 양당 체제에 흡수합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 교수는 이 같은 우려에 “우리는 그들을 구태로 보기에 그럴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금태섭 전 의원이 구상하는 신당과의 합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지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재연/노경목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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