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 주가가 1달러 아래까지 떨어지며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던 애플은 아이맥 PC와 아이팟으로 기사회생한 뒤 2007년 아이폰과 더불어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으면서 초고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1976년 창업 후 시총 1조달러(2018년)에 도달하는 데는 42년이 걸렸지만, 2조달러(2020년)는 그 후 2년 만에, 그리고 다시 3년 만에 ‘꿈의 시총’ 3조달러를 정복했다.
애플이 주도하는 혁신의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아이폰은 출시한 지 16년이 됐지만,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개인형 디바이스 위상을 지키고 있다. 향후 전기차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애플카다. 최근 애플 주가를 견인한 것은 지난달 초 선보인 복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다.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고객 가치와 제품·서비스 생태계의 혁명적 발상 전환이 지금의 애플을 낳았다.
애플 등이 주도하는 미국 빅테크주 열풍에는 인공지능(AI) 진화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 챗GPT 최대 수혜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세계 시총(2조5300억달러) 2위로 역시 3조달러를 향해 뛰고 있다. AI 반도체 최강자인 엔비디아는 올해만 주가가 3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반도체 기업으론 세계 첫 시총 1조달러대에 진입했다.
애플과 삼성전자(3639억달러) 간 시총 차이는 8배다. 2011년 팀 쿡이 애플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할 당시 3배 정도였던 격차가 10여 년 만에 이렇게 벌어졌다. 한국 기업 전체를 놓고 봐도 2010년 이후 글로벌 100대 기업에 새로 진입한 곳은 없다. 정체된 우리 기업 혁신 역량의 현주소다. 미국 기업의 혁신은 STEM으로 요약되는 교육 개혁, 세제 등 제도 개혁과 더불어 도전적 사회의식 등의 총합이다. 파업조장법에 매달리는 우리 정치는 여전히 사회 개혁과 기업 발전의 뒷다리를 잡고 있다. 혁신으로 이룩한 애플 시총 3조달러의 의미를 정치권과 기업이 다 같이 새겨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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