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경영승계 프로그램, 저한테도 적용"

입력 2023-07-02 17:41   수정 2023-07-03 00:41


“우리은행장을 투명하게 뽑기 위해 도입한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차기 우리금융 회장 선임 때도 똑같이 적용할 방침입니다. 모든 인사는 능력에 기반해 객관적으로 하겠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금융을 비롯한 금융지주사의 핵심 과제는 경영권을 전문성에 기반해 투명하게 승계하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일 취임 100일을 맞은 임 회장은 우리은행장을 뽑는 과정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4단계 검증 절차를 도입해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인 ‘주인 없는 회사’로 꼽히는 은행계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결정이 이사회와의 친분이나 정부의 입김에 의해 불투명하게 이뤄진다는 지적 속에 임 회장이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회장인 제 자신은 물론 임원진도 검증을 통해 경영승계 프로그램 운영 노하우가 쌓이면 다른 금융지주도 활용 가능한 모델로 정착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은행들 차별성 없어”
임 회장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천편일률적인 소매금융 중심의 영업 구조를 은행권의 문제로 들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전까지는 상업·한일은행(현 우리은행)은 기업, 국민·주택은행(현 국민은행)은 소매 등 은행별 강점이 뚜렷했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며 모든 은행이 생존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소매금융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은행은 소매금융 중심 영업에서 탈피해 ‘기업금융의 명가’라는 명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중견기업과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를 통해서다. 우리은행은 우수 중견기업에 5년간 총 4조원의 여신을 공급하기로 했다. 임 회장은 “대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여전히 은행이 자금 조달의 핵심 창구”라며 “계열사가 참여하는 협업체를 구성하고, 기업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금융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증권·보험사 인수 꼭 필요”
임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당시 추진하겠다고 밝힌 증권·보험사 인수합병(M&A)과 관련해선 “기업금융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마지막 단계인 증권사와 자산관리(WM)·소매금융 분야에서 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보험사는 꼭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M&A는 매물이 있어야 가능한 만큼 서두르지 않고, M&A가 안 될 경우에 대비한 ‘플랜B’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인수가 여의치 않으면 수신·여신·투자은행(IB) 업무가 가능한 우리종합금융의 증권사 전환 가능성도 점쳐진다.

임 회장은 “저축은행도 좋은 매물이 있으면 M&A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축은행은 은행이 못하는 서민금융 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며 “우리저축은행이 있지만 규모 확대 차원에서 추가적 M&A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정의진/김보형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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