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세미콘은 칩을 개발만 할 뿐 생산은 파운드리 업체에 맡긴다. 연 1조원 이상을 쓰는 파운드리업계의 큰손이다. 지금까지 고급 제품 생산은 대만의 TSMC, 중저가 제품은 SK하이닉스시스템IC에 외주를 줬다. 그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는 거래가 없었다. 2021년 5월 LX 계열분리 전까지 LG그룹 소속이었던 영향으로 분석된다.
LX세미콘이 삼성과의 협업을 시작한 건 올초부터다. 삼성 계열사 중에서 물꼬를 튼 것은 삼성디스플레이다. 올해 초 삼성디스플레이는 LX세미콘과 스마트폰용 차세대 OLED 패널에 필요한 DDI를 함께 연구개발(R&D)하기로 했다.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한 차세대 제품인 만큼 개발뿐만 아니라 생산과 관련해서도 최고의 파트너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설계·개발은 기본적으로 팹리스인 LX세미콘 몫이지만 개발 초기 단계부터 파운드리 업체와 협업하면 최적의 생산 공정도 찾을 수 있다. DDI 생산 경험이 많고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부가 선택받았다. LX세미콘과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DDI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세대 칩 개발과 관련해서도 협업 관계를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팹리스가 개발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칩이 한국 파운드리 업체에서 양산돼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에 납품되는 선순환 구조가 생기기 때문이다.
LX세미콘이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 참가하는 것도 두 그룹 간 강화된 협력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날 행사에선 LX세미콘 고위 임원이 ‘최신 디스플레이용 반도체’를 주제로 삼성 협력사에 기술 트렌드를 전할 예정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X세미콘이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 중”이라며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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