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넥스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코넥스의 지난 10년 공과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쓴소리를 주로 내놨다.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사다리가 되겠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정작 해당 기업들이 코넥스시장을 찾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 관계자는 “기념식 자리에선 이런저런 덕담이 오갔지만, 솔직히 가슴에 와닿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코넥스시장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창업 초기의 우수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 출범한 제3의 장내시장이다. 출범 당시 43개였던 상장사는 지난달 30일 기준 126개로 세 배가량으로 늘었다. 4000억원이던 전체 시가총액은 4조1000억원대로 열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양적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정작 기업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달 30일 코넥스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약 46억원. 같은 날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8조2091억원)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9조2037억원)의 0.05% 안팎에 불과하다. 상장회사 수도 유가증권 상장사(834곳)의 15%, 코스닥 상장사(1647곳)의 7% 수준에 그친다. 유가증권이나 코스닥시장과 출발선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시장 자체가 너무 비활성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 후 주식 거래가 거의 되지 않는 회사도 다수다. 지난달 30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00만원 미만인 회사가 전체 코넥스 상장사 126곳의 42%(53곳)에 이를 정도다. 주식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업체도 24%(30곳)에 달했다. 전체 시가총액은 2018년(6조1000억원) 이후 역성장하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성장성이 높은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이 코넥스시장으로 갈 유인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망 기업이 코넥스로 가지 않으니 시장이 죽고, 시장이 침체되니 기업을 끌어올 유인이 더 적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기념식 행사에 참석한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넥스 상장에 따른 실익이 코스닥 직상장 대비 크지 않다”며 “상장 실익을 제고하는 게 시장을 발전시킬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코넥스 상장 대상 기업을 위한 복수의결권 도입, 코넥스 벤처펀드 조성, 세제 혜택 확대 등 획기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으로 코넥스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덕담보다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정부의 ‘행동’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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