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랩은 2018년 동남아 투자 열풍이 일면서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1조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던 회사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2021년 말 대비 4분의 1 토막이 나면서 평가손실이 났다. 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침체 확산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발을 빼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그룹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그랩에 총 2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SK스퀘어의 자회사인 티맵이 보유한 그랩의 자산을 처음 매각한 셈이다. SK스퀘어 관계자는 “현금확보를 위해 그랩 등 해외 투자 지분을 정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과 VC는 동남아시아의 성장 잠재력을 보고 2018년~2020년에 3년에 걸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특히 플랫폼 기업인 그랩에 투자가 몰렸다.
동남아시아 최대 유니콘 기업인 그랩은 동남아 전역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간편 결제 서비스인 ‘그랩페이’ 등 금융 사업에 뛰어들면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당시 도요타그룹과 소프트뱅크 등 유명 글로벌 기업이 투자에 참여했다.
동남아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던 기업들은 초창기 스타트업에 소규모로 투자하기보다 프리 IPO(상장 전 지분 투자) 등 후속 단계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SK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8년 그랩 주식의 주당 매입 가격은 5900원대, 2019년 주당 매입 가격은 7012원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전 지분 투자는 손실 폭이 적은 편이다. 상장 이후인 2021년 주당 매입 가격은 1만6500원대로 상승했다.
그랩의 주가는 2021년 12월부터 현재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랩 주가는 2021년 12월 최고 16달러(2만500원)에 거래됐으나 이후 현재는 3.42달러(4386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VC업계에서는 SK스퀘어처럼 이익을 보고 투자를 청산하는 일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VC 대표는 “뒤늦게 투자한 기업들은 비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해 손실이 크다”며 “당분간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아 추가 투자 유치도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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