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메리츠화재 창립 100주년, 올해 메리츠증권 창립 50주년을 맞은 메리츠금융은 국내 금융업계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수행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한진그룹에서 분리된 2005년 메리츠금융의 자산은 3조3000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1분기 기준 약 100조원에 육박하며 20년 만에 30배 넘게 증가했다.
이제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메리츠금융은 효율 경영 및 계열사 간 시너지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상장 3사 체제에서는 내부 통제나 관련법 준수 등의 문제로 핵심 투자 기회를 놓치거나 중요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부작용이 컸다는 후문이다. 각사 임직원들 간 의사소통에도 제약이 적지 않았다. 반면 지배구조 개편 이후에는 하나의 울타리 내에서 주요 경영 이슈를 함께 논의하고 각종 자원을 전사적인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게 됐다.
각 계열사의 성취도 놀랍다. 손해보험업계에서 ‘만년 5위’로 존재감이 미미했던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며 ‘톱3’에 안착했다. 보유 자산은 약 36조원 규모다. 지난해 순이익(별도 기준)은 전년 대비 30.9% 늘어난 8683억원으로 2019년 이후 4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메리츠증권도 최근 6년간 매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안정적인 성장을 일궈내고 있다. 여기에는 리스크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 빠르게 포착해낸 최 부회장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다. 올해로 13년째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는 취임 전 자기자본 기준 20위권에 머물던 회사를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의 대형 증권사로 키워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9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늘었다. 순이익은 5.8% 증가한 8281억원으로 22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 순이익을 달성했다.
조 회장은 평소 “대주주의 1주와 개인투자자의 1주는 동등한 가치”라고 강조해왔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이해 충돌의 소지를 제거하고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에게 동등한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메리츠금융은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SK에코플랜트가 싱가포르 전자폐기물 처리회사를 사들일 때 인수대금 1조4000억원 가운데 4000억원을 메리츠금융이 댔다. 메리츠금융은 201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연료전지 등 사업에 3조원가량을 투입하기도 했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앞으로도 친환경 사업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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