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과 죽음은 예술가들이 가장 많이 다루는 주제 중 하나다. 작가마다 표현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지만, 중견 작가 전병삼(46)의 작업은 그 중에서도 특이하고 독창적이라는 평가다. 그는 ‘접고 쌓아서’ 생명의 순환과 우주를 표현한다.
서울 경운동 갤러리그림손에서 전 작가의 개인전 ‘COSMOMENT’가 열리고 있다. 그가 평소 만드는 작품인 ‘모먼트’는 인쇄한 사진을 반으로 접은 뒤 이를 수천장 쌓아올려 만들었다. 모서리에 살짝 드러나는 단편적인 사진의 모습이 모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멀리서는 평면 작품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입체 작품으로 보이는 게 특징이다. 작가는 “사진의 이미지가 사라지면서 동시에 새로운 이미지가 생겨나듯, 사라지는 것들로 인해 새로운 것들이 시작되기도 한다는 것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은 모두 원형이다. 제목은 ‘코스모스’(COSMOS)다. 사진을 접는 것까지는 평소 작품인 모먼트와 똑같지만, 이번에는 쌓는 대신 돌돌 감아서 원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최지환 갤러리그림손 대표는 “끝없이 펼쳐진 우주와 생명의 순환을 떠올리게 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홍익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시카고예술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전 작가는 미국 얼바인 캘리포니아대에서 컴퓨터 공학 석사를 받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접고 쌓는 방식으로 만든 작품세계와 대형 설치 작업 등으로 국내외에 이름을 알렸다.
8일 전 작가가 갤러리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직접 설명하는 아티스트 토크 행사를 연다.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사전예약 후 참석할 수 있다. 전시는 17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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