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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시장이 겉보기만큼 견조한 상태가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일부 경제학자들이 미국의 일자리 지표가 과대계상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일자리 증가세가 내실과 달리 부풀려졌으며,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가까운 상태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일자리는 올해 들어 160만 개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직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두 배에 가까운 성장세다. 미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긴축(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과열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게 만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려할 만한 신호도 포착된다. 5월 실업률은 전월 대비 0.3%포인트 오른 3.7%로 집계됐다. 3%대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지적이다. 이는 또 팬데믹 초기를 제외하면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실업률 증가세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스티브 잉글랜더 북미 거시전략부문장은 "일자리 지표가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은 50% 이상"이라며 "한 달에 최대 20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통계에 과다 반영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지프 라보냐 SMBC닛코 미국 담당 수석경제학자는 "실제보다 과도하게 계산된 일자리 수가 월 7만7000여 개일 것"으로 추산했다.
매달 발표되는 고용보고서도 지난달엔 통계와 현실의 괴리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 포착됐다. 통상 미 노동부의 고용보고서는 급여조사와 가계조사 2가지를 바탕으로 작성된다. 급여조사는 전체 고용 규모의 28%에 해당하는 약 4200만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민간 기업과 정부기관 12만2000곳 이상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가계조사는 6만 가구를 샘플로 진행되는 설문조사다.
5월 고용보고서에서 양쪽의 설문 결과는 판이했다. 미국의 일자리가 33만9000개 증가했다는 급여조사 결과와 달리 가계조사에서는 일자리가 31만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조사에서는 실업자 수도 44만 명 급증한 610만 명으로 작년 2월 이후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통상 일자리 추정은 급여조사 방식이 더욱 정확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경제가 전환점에 놓였을 때는 부정확해진다"고 지적한다. 노동통계국은 급여조사의 추정치를 얻기 위해 창업-폐업 모델을 참고한다. 이는 신생 기업이 보고하지 않은 신규 구직자 수와 폐업 기업이 보고하지 않은 실업자 수를 추청치로 산출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경제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때만 유의미하다. 호황기에 스타트업이 창출한 일자리나 불황기에 폐업으로 사라진 일자리는 적시에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 기업이 납부하는 세금 데이터 등의 시차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심각했던 2007∼2010년 미국의 일자리 수는 나중에서야 세금 데이터를 통해 총 170만 개가 과다 집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안 셰퍼드슨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 수석 경제학자는 "Fed의 고강도 긴축으로 중소기업의 신용조건이 상당히 경색된 상황임을 고려할 때 창업-폐업 모델이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고 본다"며 "최근 고용 지표는 매달 3만 명 가량의 일자리가 과다 집계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보냐 수석경제학자는 "최근 가계조사에서 3개월 연속 일자리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노동시장이 변곡점에 이르렀다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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