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 대기업 A사의 마케팅 담당 임원은 “악성 댓글에 따른 피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규제와 처벌, 배상에 대한 논의는 한 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 6월 댓글 게시판 운영정책을 변경했다. 욕설 등을 써 댓글 이용이 제한된 경우 프로필에 ‘이용 제한’ 문구를 표시해 ‘악플러’라는 사실이 노출되게 했다. 제도를 시행한 지 한 달이 됐지만 기업을 향한 악성 댓글은 여전하다.
한 인터넷 이용자는 지난 한 달간 대기업 B사의 뉴스마다 똑같은 내용의 비방성 댓글 300여 개를 달았다. 하루 10개꼴이다. 해당 뉴스와 아무 상관 없이 B사의 특정 제품을 비방하는 내용이다. 단지 욕설이 없다는 이유로 ‘이용 제한’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러나 타인의 명예, 권리까지 침해해서는 안 된다. 특히 사회적 신뢰가 생명인 기업은 허위 댓글로 치명적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 C사는 2016년 ‘현대자동차가 기술을 탈취했다’며 1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법부는 1심과 항소심, 상고심에서 모두 ‘기술 탈취는 없었다’며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상처는 컸다. 현대차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협력업체는 안중에 없냐’는 식의 근거 없는 비방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판결에 따라 기술 탈취 의혹은 벗었지만, 악성 댓글은 지금까지 남아 있다. 작성자 중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악성 댓글의 폐해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형법 제314조는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업무를 방해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2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방 효과는 물론 피해자 보상까지 가능한 현실적 규제라는 평가다.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진척이 없다. 악성 댓글의 해악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적절한 구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국회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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