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처럼 국가적으로 중요한 핵심 기술을 해외에 유출하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치는 것을 막기 위해 간첩죄 개정을 담은 형법 개정안이 올해 초 발의됐지만, 법원과 일부 야당 의원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개정안은 간첩죄 대상에 ‘외국’을 추가해 기술유출 사범에게 간첩죄를 적용,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게 골자다.

개정안은 간첩죄 대상에 ‘외국’ ‘외국 단체’를 추가하는 게 핵심이다. 현행법상 간첩죄는 대상이 ‘적국’으로 한정돼 있다. 북한을 위한 간첩 행위만 처벌 대상이다. 이 때문에 시대 변화를 현행법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술유출 사범을 간첩죄로 처벌할 길이 열린다. 자연히 처벌 수위도 높아진다. 그간 기술유출 범죄는 ‘산업기술보호법’이 적용돼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대법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사건 33건 중 87.8%가 무죄(60.6%), 집행유예(27.2%) 선고를 받았다. 징역형은 단 2건이었다.
원인은 낮은 양형기준이다. 재판부는 기술유출 사건의 경우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적용하는데, 이에 따르면 기본 징역형은 1년~3년6개월이다. 가중 처벌해도 최장 징역 6년에 그친다. 미국은 국가전략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다 적발되면 ‘경제 스파이법’을 적용해 간첩죄 수준으로 처벌한다. 피해액에 따라 징역 30년형 이상도 가능하다.
일부 민주당 의원도 우려를 나타냈다. 박용진 의원은 “국가 핵심기술을 지키는 데 간첩으로 규율한다고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며 “단순하게 편의적으로 하면 오히려 더 많은 구멍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탄희 의원은 “개정 필요성은 동의한다”면서도 “군사기밀 보호법 등과 같이 심리해 체계를 다듬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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