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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한경 긱스(Geeks)가 출범 1주년을 맞아 [그래서 투자했다] 코너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벤처캐피털(VC)이나 액셀러레이터의 투자심사역이 발굴한 스타트업과 투자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조희영 DSN인베스트먼트 팀장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플랫폼 빅크에 투자한 배경을 전합니다. 빅크는 서비스 정식 출시 전에 10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덕질'부터 '팔로어'까지…크리에이터 전성시대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어떤 대상의 팬으로 활동하더라도 그 대상이 옮겨갈 수는 있지만 그 행위 자체를 멈추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1990년대에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대중매체를 접한 사람으로서 10대와 20대 시절은 언제나 누군가의 열렬한 ‘팬’이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구매했고, 좋아하는 배우의 드라마 본방사수에 목매달았다. 팬덤 문화가 자연스러운 청소년기를 보내고 나니 성인이 되어서도 누군가에게 열정과 애정을 쏟는 행위는 삶을 영위하는 도파민의 원천이 됐다.
처음엔 한국의 팬덤 문화가 10대 전유물이라고 여겨졌지만, 지금 ‘덕질은 그 대상과 주체가 무궁무진하게 넓어졌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가 등장하면서 ‘팬덤’은 ‘팔로어’로 확장됐다. 트로트가수 임영웅의 팬클럽 ‘영웅시대’에서 열렬하게 활동하는 장년층부터 인기 유튜버가 오픈한 식당에 방문하기 위해 레스토랑 예약 앱에서 ‘광클’을 하는 젊은이들까지. 이제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K팝을 필두로 한 ‘K콘텐츠’ 시장은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세계는 지금 한국 콘텐츠에 열광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콘텐츠 시장의 규모는 2021년보다 7.4% 증가한 146.9조원이었다. 수출액도 전년보다 1.5% 증가한 130.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렇게 음악, 드라마를 시작으로 먹방, 뷰티, 게임, 지식, 코미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창작자들을 통칭해서 ‘크리에이터’라 부르는데, 바야흐로 ‘크리에이터의 시대’가 됐다. 이들이 플랫폼에서 많은 팔로어를 거느리며 자신의 콘텐츠를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산업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 칭한다.
국내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은 이미 6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했다. 미디어미래연구소에 따르면 유튜브나 라이브 커머스 등과 같은 1인 미디어 시장은 2018년 3조9000억원에서 2021년 6조원대까지 성장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2023년 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웹툰 작가나 금융·지식 전문 크리에이터, 인스타그램 등 다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크리에이터 시장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크리에이터들의 메인 활동 무대인 유튜브를 보면 크리에이터의 수도 알아볼 수 있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2020년 국내에서 구독자가 각각 10만명 이상과 100만명 이상인 유튜브 채널이 5500여 개와 500개 이상으로 모두 1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크리에이터의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로 수익을 제대로 창출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는 극히 일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 4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실태조사 2021′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버 활동으로 소득이 발생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81.8%이며, 유튜버 활동으로 버는 월 평균 소득은 157만4457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소득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월 소득이 2500만원이라고 밝힌 유튜버가 있는가 하면 1000원을 번다고 밝힌 유튜버도 있다. 국세청이 ‘2019 귀속연도 종합소득’을 신고한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 2776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1인 평균 연 소득은 3152만원이었다. 상위 10%의 평균 연 소득은 2억1620만원인데 비해 하위 50%의 연 소득은 108만원에 불과했으며, 상위 1%인 유튜버 27명의 평균 연 소득은 6억7120만원이었다. 대다수의 개인 크리에이터들은 여전히 광고 수익에 의존하고 그밖에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쇄창업가와의 만남
2021년 11월, 한 소식을 접했다. 빅크라는 회사가 창업과 동시에 네이버 D2SF, 본엔젤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45억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이었다. 창업자는 모바일 회화 서비스 ‘튜터링’을 창업해 30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에듀테크 대표 기업으로 성장시킨 김미희 대표였다. 성공적 엑시트를 이끌어낸 그녀가 연쇄 창업가로 새 사업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듬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 드디어 김미희 대표와 처음 만났다. 그를 처음 보자마자 ‘외유내강’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올랐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강력한 IP는 보유하고 있지만, 수익화 방법을 모르는 또는 그 기술적 한계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를 돕겠다”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였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창작자들이 있지만, 합리적 수익을 내는 사람은 아주 소수에 불과해요. 팔로어 20만명인 유튜버도 연 2000만원 정도 광고 수익을 낸다고 하더라고요. 유튜브가 광고에서 가져가는 비중이 높아 광고수익은 얼마 남지 않아요. 그래서 다들 협찬광고를 따로 받을 수밖에 없는 거죠.”
이런 창작자들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한다. 정식 서비스 시작 전 지금까지 개발된 프로덕트와 2022년 1월부터 진행한 MVP 대표 쇼케이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고, 크리에이터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느꼈다.
빅크는 아티스트나 미디어, 크리에이터가 보유한 콘텐츠, IP 수익화를 통해 브랜드 구축, 유통, 판매, 운영까지 팬덤 성장과 수익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도와주는 서비스다. 브랜드 웹페이지를 간편하게 개설할 수 있도록 SaaS를 제공하며, 웹페이지에서 팬미팅이나 콘퍼런스 같은 유료 라이브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티켓과 굿즈, VOD, 전자책, 팟캐스트 등을 판매하며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다.
빅크는 유사 콘텐츠·팬덤 플랫폼들과는 달랐다. 여타 스타트업은 콘텐츠 크리에이터 네트워크는 좋지만 기술 기반이 약한 경우가 많았다. 크리에이터와 전문가를 연결시켜주는 ‘매칭’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겨오는 수준에 불과했다.
김 대표를 필두로 한 빅크 팀은 기술력과 네트워크, 실행력을 모두 갖춘 팀이었다. 글로벌 라이브 솔루션 개발 및 운영 경험과 AI 챗봇 운영 및 콘텐츠 큐레이션 기술을 갖췄다. 앞서 튜터링에서 약 5년간 300만 건이 넘는 실시간 라이브 세션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Web RTC 기반으로 일대일, 일대 다수의 다양한 가상 이벤트를 운영했으며, RTC 품질 최적화 운영 역량도 보유하고 있었다. 동시에 미디어·엔터테인먼트와 크리에이터 산업에 잔뼈가 굵은 C레벨과 팀원들도 함께하고 있어 기술력, 경험, 실행력, 네트워크까지 겸비하고 있다.
미팅 당시 창업한지 1년 밖에 안 된 회사였지만 이미 빠르게 MVP 테스트를 통해 자신들의 서비스와 가설을 검증했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빅크 스튜디오’, 이들의 팬덤을 위한 ‘빅크 라이브’ 사이트도 각각 구축했으며, 각각 프로덕트 개발 수준과 완성도 또한 매우 높았다. 개인 크리에이터를 위한 B2C 솔루션 뿐만 아니라 엔터프라이즈를 위한 B2B 솔루션 또한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었다.
사전 진행한 MVP 테스트도 ‘대박’이 났다.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로 이름을 알린 월드클래스 댄서 ‘아이키’의 팬미팅을 시작으로 30만 유튜버 ‘아는변호사’의 라이브 상담, 투자·경제 커뮤니티 전문가 ‘머니랩’의 재테크 강의 등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가 테스트를 진행했다. 론칭 직후 3개월 만에 유료 구매자 대부분이 99% 크리에이터 자체 채널을 통한 오가닉 전환으로 수익화에 성공했다. 누적 가입자수 1만명, 오가닉 매출 1억원을 기록하며 IP 기반 저비용 고수익 모델을 검증했다.
일부에서는 '유튜브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데, 누가 돈을 내고 라이브를 보겠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건 코어한 팬덤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소리다. ‘내 새끼’ ‘울 언니’ ‘울 오빠’가 하는 행사인데, 간과 쓸개까지 빼다 바쳐도 모자랄 정도로 지극 정성인 게 바로 ‘덕후’의 마음이다. 실제 사전 MVP 테스트 동안 유료 전환된 가입자 데이터를 보고 나면 그런 말이 쏙 사라진다.
더는 지체할 것 없었다. 당시 갓 시작한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면서 2022년 10월 DSN인베스트먼트도 빅크의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며 운명공동체(?)가 됐다.
두 살 빅크의 발자취는
성공적인 MVP 테스트 결과를 기반으로 본격 서비스의 막이 올랐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플랫폼으로 시작한 빅크는 벌써 두 살을 넘기면서 크리에이터, 아티스트, 미디어사를 위한 IP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현재 주요 사업은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하는 ‘빅크 모먼트(BIGC Moment)’, 크리에이터와 독자를 연결하는 ‘빅크 오픈아워(BIGC Open Hour)’, IP 미디어사를 위한 B2B 올인원 솔루션 ‘빅크 엔터프라이즈(BIGC Enterprise)’로 구분된다.
아티스트 팬덤 서비스 ‘빅크 모먼트’는 올해 론칭 후 11번째 글로벌 팬콘서트 개최를 성공했으며, 최근 4회는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댄서 아이키를 비롯해 남성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동우, 뮤지컬배우 이지혜, 걸그룹 카라의 규리, 빅톤의 승식 등의 팬이벤트를 개최했다. 글로벌 라이브 생중계 이용자의 78%가 해외 팬덤이었고, 팬덤의 국가는 미국-일본-유럽 순으로 많았다. 이를 통해 라이브 세션 중 다국어 지원 및 영어 CS 지원, 글로벌 결제와 배송 등 특화된 기능으로 서비스가 고도화됐다.
지난해 말 론칭한 크리에이터 올인원 플랫폼 ‘빅크 스튜디오’는 1300여 팀의 크리에이터가 마케팅 없이 순수하게 유입됐다. 빅콘이라는 콘퍼런스를 주최하기도 했으며, 작가, 전문가, 커뮤니티 리더, 코치 등이 세션을 열어 크리에이터와 청중간의 인터랙션을 연구했다. 이를 통해 크리에이터에게는 트래픽 기반 광고 수익보다는 시간과 재능을 판매하는 라이브 코칭, 강연, 콘퍼런스 등이 더 유의미한 수익화 방안임을 검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1대 1로 크리에이터와 청중이 소통할 수 있도록 ‘빅크 오픈아워’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베타 버전을 론칭했다.
B2B 영역에서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CJ ENM과 장기 기술 제휴를 맺고 지난해 말 진행된 K팝 글로벌 어워드 'MAMA 2022'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무려 3억 이상 트래픽(PV 기준), 4500만 명에 달하는 글로벌 이용자들이 참여했으며, 빅크가 개발한 라이브와 투표 솔루션이 활용됐다. 올해 미국과 태국, 사우디 아라비아의 해외 오프라인 컨벤션의 온라인화까지 빅크의 라이브 솔루션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공중파 방송사 MBC를 비롯, LG 유플러스의 주요 예능 및 IP와 스튜디오 제휴를 맺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콘텐츠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계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사업을 실행하며 자신들의 가설을 검증 및 발전시켜 나가는 김미희 대표와 빅크 팀의 실행력에 박수를 보낸다. 국내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의 성장과 함께 발전해가는 빅크의 성장을 응원한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조희영 DSN인베스트먼트 팀장
MZ세대를 대표하는 1990년대생 심사역으로 용인외대부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영어영문학과 정치외교학을 이중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사람과 사회, 경제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매일경제신문에 취재기자로 입사했다. 이후 서울대 MBA를 거쳐 현재 DSN인베스트먼트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 근무하며 자신만의 투자 커리어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는 회사에서 운영 중인 탄소중립 블라인드펀드의 운용역으로 참여해 ESG 분야 스타트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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