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기요금이 당분간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인상이 쉽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냉방기기 사용이 많은 여름철을 앞둔 데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만큼 공공요금 추가 인상은 여당에도 부담되는 일이다.
#2.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스스로를 또다시 시험대에 올렸다. 법적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안으로 프랑스 노조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 건과 ‘연금개혁안’은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와 프랑스에서 각각 뜨거운 이슈였다. 이를 전한 두 사례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서술어가 모두 ‘때문이다’로 끝났다. 그러니 이들은 인과관계 구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절반만 본 것이다. 이들의 진짜 공통점은 그 인과관계 구문을 잘못 썼다는 데 있다.
‘때문이다’는 원인이나 까닭을 드러내는 구문에서 쓰는 말이다. 문장 전개는 “A했다. B 때문이다”가 전형적인 양식이다. 결과(A)가 먼저 제시되고 원인(B)이 뒤따르는, 두 문장 구조로 돼 있다. 이를 한 문장으로 쓸 수도 있다. 그러면 ‘B(원인) 때문에 A했다(결과)’로 치환된다.
이 문장을 올바로 쓰면 어떤 전개가 될까. “전기요금이 당분간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인상이 쉽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냉방기기 사용이 많은 여름철을 앞둔 데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만큼 공공요금 추가 인상은 여당에도 부담되기 때문이다.” 정작 원인은 그 뒤에서 나온다. 논리적 관계를 짜임새 있게 담아낼 때 글도 설득력을 더한다.
두 번째 사례도 같은 이유로 동어반복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앞뒤 문장을 한 문장으로 이어 말해보자. “~프랑스 노조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에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렸다”가 된다.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난다. ‘시험대에 올렸다’나 ‘역린을 건드렸다’나 같은 말이다. 표현만 달리했을 뿐 인과관계가 아니다. 이치에 맞지 않으니 당연히 글의 흐름도 어색해진다. 뒷문장을 ‘~때문이다’ 대신 ‘~역린을 건드렸다’로 마치면 된다. 이때 뒷문장은 앞 문장을 좀 더 자세히 부연설명하는 것인데, 그로써 뒷문장은 그 역할을 다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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